창사 후 최대 위기 닥친 페이스북, 저커버그 어디 갔나?
입력
수정
"사과 한마디 없고 20일 사내 직원들과의 대화 모임도 불참"
페이스북 "사태 심각성 이해…사실 관계 파악 위해 24시간 노력"
지난 미국 대선 때 5천 만 명 이상의 페이스북 회원 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됐다는 스캔들이 터진 지 나흘이 지난 21일 오전.정작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페이스북 본사는 겉보기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
분주하게 출근길 교통정리를 하는 녹색 조끼 차림의 교통정리 요원 뒤로 즐비하게 늘어선 건물 안으로 직원들이 총총걸음으로 빨려 들어갔다.
'요즘 페이스북 내부 분위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출근길의 한 직원은 "나는 언론과 얘기할 권한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한 직원은 "글쎄, 당신들이 짐작하는 대로…"라고 짧게 한 마디를 남긴 뒤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페이스북 뿐 아니라, 애플,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IT 거인들은 언론에 예민하다.
회사를 방문할 때도 일반 방문객은 창구에 신분증을 맡기면 들어갈 수 있지만, 기자는 홍보팀에 연락해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하고 일체의 사진 촬영이나 직원 인터뷰도 홍보팀이 조율한 사람들이나 현장에 국한된다.홍보팀의 허락 없이 취재에 응한 직원이 해고당한 경우도 왕왕 있다.회사들은 '기밀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치부를 감추려는 지나친 '비밀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페이스북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스캔들이 터진 뒤 사흘만인 20일 오후 처음으로 직원들이 참석한 내부 브리핑과 질의·응답 세션을 가졌다.직원들의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한 첫 조치였지만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CA와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영국 의회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출석 요청서를 보낸 상황이다.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지난 이틀간 52조 원의 시가 총액이 증발한 데 대해 페이스북 주주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으로 페이스북 가입자들의 대규모 탈퇴 조짐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했던 브라이언 액튼 왓츠앱 공동설립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시간이 됐다"며 '#deletefacebook(페이스북을 삭제하라)'는 해시태그를 게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공연한 얘기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저커버그 CEO는 이 문제에 대해 지금껏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회사 직원들과의 대면조차 거부했다.
대신 이날 회의는 폴 그리월 변호사가 주재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미 의회가 주최한 '대선 개입' 관련 청문회에도 저커버그는 자신이 참석하지 않고 변호사를 보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자초했었다.저커버그 CEO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미국 사회의 분열과 증오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으며, 러시아 당국의 선거 개입을 막지 못했다는 거센 비난을 진화하기 위해 '페이스북 고치기'를 올해의 결심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1월 한 달 동안 뉴스와 상업적 콘텐츠를 축소하고 친구와 가족에 우선순위를 두는 뉴스피드 운영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신뢰받는 언론사가 뉴스피드 상위에 오르도록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직접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정보유출 파문에서 보여준 저커버그의 자세는 새해 결심을 밝히기 전과 다를 바 없다고 실리콘밸리 언론들은 지적했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틈만 나면 '세상을 가깝게 연결하겠다'고 말해온 저커버그는 아직 이 사태에 대해 사과 한마디도 없이 실종 상태"라면서 "직원들은 자신들의 두려움 모르는 지도부가 어디 갔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페이스북 대변인은 '데일리 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저커버그 CEO와 샌드버그 COO는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모든 사실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처를 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멘로파크<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kn0209@yna.co.kr
페이스북 "사태 심각성 이해…사실 관계 파악 위해 24시간 노력"
지난 미국 대선 때 5천 만 명 이상의 페이스북 회원 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됐다는 스캔들이 터진 지 나흘이 지난 21일 오전.정작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페이스북 본사는 겉보기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
분주하게 출근길 교통정리를 하는 녹색 조끼 차림의 교통정리 요원 뒤로 즐비하게 늘어선 건물 안으로 직원들이 총총걸음으로 빨려 들어갔다.
'요즘 페이스북 내부 분위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출근길의 한 직원은 "나는 언론과 얘기할 권한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한 직원은 "글쎄, 당신들이 짐작하는 대로…"라고 짧게 한 마디를 남긴 뒤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페이스북 뿐 아니라, 애플,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IT 거인들은 언론에 예민하다.
회사를 방문할 때도 일반 방문객은 창구에 신분증을 맡기면 들어갈 수 있지만, 기자는 홍보팀에 연락해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하고 일체의 사진 촬영이나 직원 인터뷰도 홍보팀이 조율한 사람들이나 현장에 국한된다.홍보팀의 허락 없이 취재에 응한 직원이 해고당한 경우도 왕왕 있다.회사들은 '기밀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치부를 감추려는 지나친 '비밀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페이스북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스캔들이 터진 뒤 사흘만인 20일 오후 처음으로 직원들이 참석한 내부 브리핑과 질의·응답 세션을 가졌다.직원들의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한 첫 조치였지만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CA와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영국 의회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출석 요청서를 보낸 상황이다.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지난 이틀간 52조 원의 시가 총액이 증발한 데 대해 페이스북 주주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으로 페이스북 가입자들의 대규모 탈퇴 조짐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했던 브라이언 액튼 왓츠앱 공동설립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시간이 됐다"며 '#deletefacebook(페이스북을 삭제하라)'는 해시태그를 게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공연한 얘기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저커버그 CEO는 이 문제에 대해 지금껏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회사 직원들과의 대면조차 거부했다.
대신 이날 회의는 폴 그리월 변호사가 주재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미 의회가 주최한 '대선 개입' 관련 청문회에도 저커버그는 자신이 참석하지 않고 변호사를 보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자초했었다.저커버그 CEO는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미국 사회의 분열과 증오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으며, 러시아 당국의 선거 개입을 막지 못했다는 거센 비난을 진화하기 위해 '페이스북 고치기'를 올해의 결심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1월 한 달 동안 뉴스와 상업적 콘텐츠를 축소하고 친구와 가족에 우선순위를 두는 뉴스피드 운영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신뢰받는 언론사가 뉴스피드 상위에 오르도록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직접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정보유출 파문에서 보여준 저커버그의 자세는 새해 결심을 밝히기 전과 다를 바 없다고 실리콘밸리 언론들은 지적했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틈만 나면 '세상을 가깝게 연결하겠다'고 말해온 저커버그는 아직 이 사태에 대해 사과 한마디도 없이 실종 상태"라면서 "직원들은 자신들의 두려움 모르는 지도부가 어디 갔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페이스북 대변인은 '데일리 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저커버그 CEO와 샌드버그 COO는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모든 사실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처를 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멘로파크<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