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희생양 된 자동차 "엎친 데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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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FTA 개정 - 철강관세 협상 타결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결과는 국내 자동차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산 픽업트럭(뚜껑 없는 적재함이 설치된 소형 트럭)을 미국에 수출할 때 붙는 관세가 2041년까지 유지되고,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업체별로 연간 5만 대까지 수입할 수 있어서다.
속 끓이는 車업계
美, 픽업트럭 관세 연장
"수출길 사실상 막혀"
한국 안전기준 안지켜도
美 메이커별 年5만대 수입
기존 한·미 FTA 협정에는 한국산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할 때 매기는 관세 25%를 2021년까지 철폐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 협상에선 철폐 시점을 20년 연장해 2041년까지로 늘렸다.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은 아직 없지만 일부 업체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을 서둘러왔다”며 “미국 시장에서 한 해 판매되는 차 가운데 15%가 픽업트럭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방치했던 이 시장에 언젠가 뛰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25%의 관세를 물고 픽업트럭을 수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경수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장(부사장)은 지난 1월 “본사에 (미국 시장에 픽업트럭 출시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청했고 본사에서도 개발 쪽으로 승인이 났다”고 말한 바 있다.이번 개정 협상에서 미국 안전 기준만 맞추면 한국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한국에 팔 수 있는 차량대수가 업체당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늘어난 점도 국내 업계는 불만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월 신규 등록된 수입차 가운데 미국 브랜드 비중은 6.8%로 유럽(77.8%), 일본(15.8%) 브랜드와 비교해 아직 큰 격차가 있다. 하지만 미국차에 대한 안전 기준이 완화되면 새로 한국 인증을 받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차종을 소량이라도 공격적으로 한국에 들여올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유럽차와 일본차가 한국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한·미 FTA를 손볼 때마다 자동차업계에만 희생을 강요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07년 처음 타결된 한·미 FTA 합의안에는 한국산 승용차의 대미(對美) 수출 시 붙는 2.5% 관세를 3000㏄ 이하는 즉시 철폐하고, 3000㏄ 이상은 3년 내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2010년 추가 협상에선 관세 철폐 기간이 5년으로 일괄 연장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사태, 수출 감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동차업계가 FTA 개정 협상으로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태훈/도병욱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