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한' 저커버그… 의회서 "규제 강화는 신생 기업에 손해" 쓴소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왔다. 2007년 페이스북을 창업한 이래 처음이다. 저커버그는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에서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대해 “명백한 실수다. 사과한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규제 강화 주장엔 “신생 기업들이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답했다. ‘할 말은 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외신들은 “5시간의 질문 공세에도 저커버그에겐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낮은 자세’로 청문회에 임했다. 그는 평소 즐겨 입던 티셔츠 대신 넥타이를 맨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출석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본인의 책임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이런 도구(페이스북)가 해를 끼치는 데 사용되는 것을 충분하게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선 “(러시아의 허위 정보 유포에 맞서는 것은) 일종의 군비 경쟁”이라며 “그들은 시스템을 악용하려고 능력을 개발하고 있고 우리도 이에 맞서 투자를 더 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포함한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저커버그는 “우리 입장은 그런 규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묻는 것은 무엇이 올바른 규제 체계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규제 강화를 주장한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규제를 강화하면 대응 역량이 부족한 신생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커버그도 “모든 산업에서 규제 강화를 검토할 땐 시장에서 승리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위가 더 공고해지지는 않을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청문회 후 저커버그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다. CNN은 “수십 명의 의원들이 저커버그를 조롱하려고 했지만 아무도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기억에 남는 질문은 사용자 설명서 내용이 복잡하다는 것 정도였다”고 했다. CNN은 “저커버그가 긴장했지만 자신감 있었고 똑똑했다”는 업계 관계자의 반응을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커버그가 새로운 규제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며 의원들의 공세를 잘 방어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FT는 또 “법사위와 상무위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규제에 덜 적극적”라며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4.5% 상승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