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주년' 조용필, 음악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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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조용필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꼰대라 불려도 괜찮아…허락하는 날까지 노래할 것"
"꼰대라 불려도 괜찮아…허락하는 날까지 노래할 것"
‘가왕’이라는 말도 그를 수식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조용필은 한사코 “부담스럽다”며 “그러려고 노래하고 음악 한 거 아니다”라며 수줍어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명곡으로 남녀노소 전 세대의 사랑을 받은 조용필이 데뷔 50주년을 맞이했다.
1968년 데뷔 후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등이 수록된 1집으로 국내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당시 전체 음반판매량의 50%에 육박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가요계 최초로 팬클럽인 ‘오빠 부대’가 결성되기도 했다.
이후 ‘허공’, ‘고추잠자리’, ‘친구여’, ‘여행을 떠나요’, ‘꿈’, ‘추억 속의 재회’를 히트시켰고 2013년엔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겸비한 ‘바운스’, ‘헬로우’를 선보이며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조용필의 이름으로 된 정규앨범만 19집이다. 2013년 ‘헬로우’가 2개의 음반으로 나눠 제작되어 총 20개의 앨범을 냈고, 비정규까지 포함하면 50개에 달한다.
50년간의 가요계 생활을 통해 그는 LP로 데뷔해 카세트테이프와 CD를 거쳐 디지털 음원까지 석권한 유일무이한 가수가 됐다.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조용필 50주년 기자간담회 '차 한잔 할까요?'가 열렸다. 이날 행사를 통해 조용필은 지난 50년간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50주년 기념 콘서트 'Thanks To You'의 시작을 알렸다.조용필은 ‘최초’, ‘최다’ 기록을 쓴 ‘전설’로 기록된다. 그는 “사실 무엇을 위해 음악을 하고 그런 것은 없다. 음악을 듣기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좋은 음악을 내면 감동을 받고 ‘아, 왜 나는 안될까’하고 고민한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했던 거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조용필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지는 음악의 스펙트럼은 무한하다. 록부터 팝 발라드, 포크, 디스코, 민요, 트로트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며 장르를 넘나들며 사랑을 받아왔다. 장르뿐만 아니라 세대 통합까지 이뤄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세대가 그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고 열광해왔다.
아직까지 그가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다. 조용필은 “유튜브를 통해 매일매일 음악을 많이 듣는다. 빌보드와 같이 현재 미국에서 나오는 노래도 듣는다. 가수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말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케이팝 그룹의 무대 영상을 보면서 ‘요즘 시대’ 노래에 대한 촉을 세운다. “방탄소년단, 엑소, 빅뱅의 공연도 찾아봅니다. 그런 친구들이 왜 유명한가를 분석해보면 분명 이유가 있지요. 노래를 잘 하든가, 잘 생겼다든가 매력이 있죠. 제가 지금 태어났으면 이렇게 안됐을 것 같아요. 키도 작고 비주얼적으로도 안되죠. 요즘 친구들은 다 잘생겼어요.(웃음)”‘바운스’와 ‘헬로우’ 같은 노래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조용필’의 음악의 다양성을 알아줬으면 했다. 그는 “점점 나이가 들고 몸도 늙는다. 하지만 매일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임진모가 "당시 젊은이들이 열광했다"고 하자 조용필은 "열광은 아니다"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그는 "'바운스'를 통해 젊은 이들이 몰랐던 사람을 알 수 있었다 그 정도일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조용필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해왔다. 저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방법이 없다. 젊은이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15살이 기억을 하면 60살이 될 때까지 나를 더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롹, 팝, 많이 듣지만 스튜디오에서 하려고 하면 안 맞더라. 찾고 찾다가 '바운스', '헬로우'가 나오게 됐다. 젊은 친구들이 저를 알게되고 저 사람이 이런 음악도 하는구나 그 사람으로 인해 50~60년 더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꼰대라는 말을 아느냐'라고 묻자 조용필은 "제가 꼰대"라며 웃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편한 것 같다. 일부로 '나 내일 모레면 70이야'라고 한다. 나이를 내리고는 안한다. 나이를 왜 속이냐. 음악은 자기가 좋으면 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조용필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도 듣는다. “‘바운스’ 이후 EDM 쪽으로 하고 싶어서 준비하다가 중단한 상태입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이라 아직은 안 될 것 같아요. 곡 작업이라는 게 하고 또 해보고, 가사도 뒤집어보고 하면서 새롭게 만드는 거죠. 지금은 미디움에서 조금 빠른 곡을 하고 있어요.”
그는 ‘그 나이쯤이면 인생에 대한 음악을 발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도 받는다고 토로했다. 조용필은 속으로 ‘웃기고 있네’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음악입니다. 그 자체가 세월이 지나면 역사가 되지요. 인생에 대해서는 시인이나 문학 작품에서 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노래는 노래일 뿐입니다.”
조용필이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5살 무렵, 하모니카를 통해서였다. 그는 그 소리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고 동요를 하모니카로 부르면서 음악과의 긴 인연을 맺게 됐다. 축음기로 가요를 접하고 라디오로 팝을 배웠다. 집에선 형이 치던 통기타를 쳤다. 결국 미8군 무대에 엑스트라로 오르면서 본격적인 ‘음악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음악을 시작한 뒤 끊임없이 연구하고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다른 비결은 없고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때마다 충격을 받죠. 지금도 저는 배우고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우다가 결국 끝날 것 같아요.” 올해로 69세가 된 조용필은 가수 은퇴 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그의 가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폐 끼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단지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평생 저 사람 노래를 들으며 살아왔는데 그만두면 나는 뭐가 되는 거야?’라고 배신감이나 실망감을 느끼실까 봐 가장 두렵습니다. 예전에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지막 공연을 봤는데 ‘저렇게는 못할 것 같다’라고 생각했죠. 저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팬들을 위해 되는 날까지, 허락되는 날까지 노래해야 할 것 같아요.”
조용필은 “50년간의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새워도 못한다”라며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50년간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큰 행운이다. 보답할 길이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라고 말을 맺었다.
조용필 50주년 기념 콘서트 'Thanks To You'는 5월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대구 (5월 19일), 광주(6월2일), 의정부(6월 9일)에서 펼쳐진다. 조용필이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여는 것은 이번이 7번째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 영상 = 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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