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 날개 단 SK브로드밴드… 유·무선 미디어 플랫폼 선두 나선다

Cover Story - SK브로드밴드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SK브로드밴드가 지난 1월 인공지능(AI) 음성검색이 가능한 인터넷TV(IPTV) 셋톱박스인 ‘Btv×누구’를 선보였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IPTV 서비스에 AI 기술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가입자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단순히 가입자 수를 늘리는 양적인 성장보다 미래 미디어 생태계에서 선두에 설 수 있는 질적인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2021년 유·무선 미디어플랫폼 1위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작년 이후 연평균 1조원 규모의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인공지능 품은 Btv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100% 자회사로 IPTV 서비스인 Btv,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 ‘옥수수’ 등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전신은 1997년 KT에 이어 제2 시내전화 사업자로 출범한 하나로통신이다. 2008년 3월 SK텔레콤에 인수됐고, 같은 해 9월 SK브로드밴드로 회사명을 바꿨다.

이 회사는 2006년 7월 국내 최초로 주문형 비디오(VOD) 중심의 IPTV 상용서비스를 시작해 1년여 만에 5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통신이라는 기존 사업 영역을 미디어 분야로 확장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지난 1월에는 AI 기능을 결합한 ‘Btv×누구’를 출시하고 IPTV 서비스 혁신을 꾀하고 있다. Btv×누구는 Btv 셋톱박스와 SK텔레콤의 AI 플랫폼 ‘누구’를 결합한 일체형 셋톱박스다. 누구의 음성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목소리만으로 검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음성검색 기능을 고도화해 업계 최초로 8중 복합 조건(인물, 국가, 장르, 연도, 화질, 가격, 최신, 관객)으로 콘텐츠를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게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검색 결과 내 재검색 기능도 갖췄다. 예를 들어 “2000년대 UHD 화질의 미국 액션 영화를 찾아줘”로 검색한 다음 “저 중에서 무료 영화만 찾아줘”나 “러셀 크로가 나오는 것만 찾아줘”라고 말하면 원하는 영화를 보여준다.고객 동선까지 분석해주는 CCTV

Btv×누구는 사용자의 이용 패턴과 성향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사용자의 이용 경험이 쌓일수록 더 세분화한 분석이 가능해지는 방식이다. 홈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도 갖췄다. 집안 스위치,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 스마트 기기를 모니터링하고 작동할 수 있다. 누구를 통해 음악, 라디오, 배달 주문, 쇼핑, 날씨 알림 등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지난달 선보인 소상공인용 폐쇄회로TV(CCTV) 서비스 ‘클라우드캠 소호’도 AI 기술을 접목한 기술 혁신 사례로 꼽힌다. CCTV의 필수 기능인 영상 촬영과 저장 서비스 외에 요일별, 시간대별로 매장에 출입하는 고객 현황을 엑셀파일로 저장해준다. 히트맵(heatmap) 기능을 이용해 특정 구역의 열 분포도를 분석, 방문자의 동선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고화질(Full HD)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SK브로드밴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다. 별도의 저장장치가 필요 없어 전기료 절약 효과도 있다. 침입자를 탐지해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려주는 기능도 담겼다.“3년 뒤 거래액 2조원 달성”… T커머스 ‘승부수’

SK브로드밴드는 급성장하고 있는 T커머스 분야에도 승부수를 던졌다. 작년 12월 기존 T커머스사업부를 분할해 SK스토아라는 자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서울 상암동에 100억원을 들여 자체 스튜디오(미디어센터)를 구축하고 2021년까지 연간 거래액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T커머스는 TV와 상거래를 의미하는 커머스(commerce)를 결합한 단어다. 기존 전자상거래(e커머스)는 PC나 스마트폰이 매개체지만 T커머스는 TV를 이용하는 게 차이점이다. 미디어센터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하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입체적 쇼핑 경험도 선보이기로 했다. SK텔레콤과 SK플래닛, SK브로드밴드 등 SK그룹 ICT 계열사와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고객만족도 8년 연속 1위 수성

SK브로드밴드는 한국생산성본부 주관 2018년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초고속인터넷과 IPTV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2개 부문 모두 2011년 이후 8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객만족도 1위 수성의 비결은 가입자와의 친밀한 스킨십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가입자로 구성된 고객자문단 ‘B서포터즈’는 서비스 개선을 위한 소통 창구다. 키즈존, 스마트오디오 등 새로운 서비스와 신규 사용자 경험(UI) 개발 때마다 의견을 받아 서비스 개선에 반영한다.

콜센터 상담사와 홈닥터 등 현장 직원으로 이뤄진 ‘B패밀리’도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부터 모바일과 온라인에 익숙한 20대 고객의 의견을 듣기 위해 온라인 패널인 ‘B보이스’도 운영하고 있다.

2021년까지 연평균 1조원 투자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디지털 대전환’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기술혁신과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통해 2021년 유·무선 미디어플랫폼 1위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2021년까지 신사업과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에 연평균 1조원씩 총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1년 유·무선 가입자 수를 2700만 명, 매출은 4조5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의 유·무선 가입자는 이달 현재 1800여만 명, 매출은 작년 기준 3조526억원이다.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단순히 (통신·방송) 회선을 판매하는 기존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생활 가치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라며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