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제리캐시 "백서는 가상화폐 1차 검증 수단"

다수 가상화폐 백서, 비트코인 베껴
비트코인과 차별화 위해 고민한 흔적 읽어야
“대부분의 가상화폐 백서가 비트코인 백서를 베끼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백서가 비트코인과 얼마나 다르냐에 따라 가상화폐(암호화폐)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셈이죠”

이홍석 제리캐시 운영자(사진)는 가상화폐 백서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014년부터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비트코인 대량 보유자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 전망을 분석해 제공하는 단톡방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그는 투자자들이 백서를 통해 암호화폐의 가치를 1차적으로 따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운영자는 “비트코인 백서는 블록체인을 소개하고 가상화폐구조를 제시한 뒤 월렛을 설명하는 구조”라며 “알트코인 백서가 이와 동일한 순서로 구성됐다면 비트코인을 많이 베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운영자는 비트코인 백서가 알트코인들의 교과서가 돼버린 상황인만큼 투자자도 비트코인 백서를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 백서는 9페이지 분량으로 블록체인을 가장 깔끔하게 설명한다”면서 “비트코인 백서를 숙지해야 개념을 이해하기도 쉽고 다른 코인 백서를 보기도 수월하다”고 당부했다.

다양한 암호화폐 백서는 코인마켓캡과 같은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운영자는 백서에서 암호화폐의 네트워크 방식에 대한 부분과 비즈니스 구조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이더리움, 네오, 퀀텀 등 알트코인들은 비트코인과 다른 방법을 제시하며 비트코인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흔적을 백서 안 네트워크 설명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블록체인이 운영되고 암호화폐가 계속 사용되려면 참여자가 꾸준히 있어야”면서 “참여자를 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갖췄는지도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서에서 가상화폐 로드맵을 제시하거나 복잡한 용어를 써가며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백서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이 운영자의 견해다.

그는 “백서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적어야 하고 가상화폐 설명만 들어가야 한다”며 “몇 년 후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식으로 가상화폐 마케팅을 하거나 어려운 표현으로 가상화폐를 꾸며둔 것은 좋은 백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관이 화려하다면 반대로 내실이 없을 수 있다는 경고다.다만 그는 백서 확인은 어디까지나 암호화폐를 1차적으로 판단하는 단계라며 "좋은 암호화폐를 구분한다기보단 나쁜 암호화폐를 걸러낸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서를 보더라도 일반 투자자가 암호화폐가 잘 개발되고 있는지, 독창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등 보다 세밀한 부분을 확인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이더리움 기반 유틸리티 암호화폐(토큰)는 개발이 매우 쉬운 편이다. 관련 전공 대학생들이 열흘 정도 개발해서 토큰 하나를 완성하기도 한다. 공개된 다른 암호화폐 코드를 베껴 그럴싸한 블록체인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백서만으로는 암호화폐의 내실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는 백서를 확인한 뒤에는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를 이용할 것도 권했다. 암호화폐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각자 깃허브에 암호화폐 코드를 등록한다. 전 세계 개발자들은 공개된 코드를 두고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며 코드를 발전시킨다. 코드가 부실하거나 베낀 경우 이곳에서 많은 지적을 받는다.이 운영자는 "전문적인 내용이 다뤄지는 만큼 지식이 없는 일반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글이 많다"면서도 “그래도 문제가 있는 암호화폐를 지적하는 정도의 내용은 누구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화 수가 많을 수록 단톡방이 활성화됐다고 짐작할 수 있듯, 깃허브에서도 질문과 답변이 활발히 오가는 암호화폐일수록 개발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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