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워라밸' 영향으로 밤의 화려함 줄어드는 긴자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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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도쿄의 긴자 거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밤의 공간’입니다. 1920년대 다이쇼(大正)시대 부터 화려한 조명으로 일본의 소비 확대와 경제적 번영을 상징하던 공간이었습니다. 그랬던 일본의 긴자 밤풍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일본 정부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추진 중인 ‘일하는 방식 개혁’의 영향으로 대규모 쇼핑몰의 늦은 밤 영업시간이 단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야에 오가는 사람도, 거리의 화려한 조명도 약간씩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모습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긴자에 자리한 대형 복합상업시설인 ‘긴자 식스’가 점포내 음식점 야간 영업종료 시점을 30분 앞당기는 등 긴자 지역 백화점과 상업시설에서 영업시간 단축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경비절감과 함께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지속할 경우, 일손부족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종업원을 구하기 쉽지 않은 현실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 4월로 개점 1주년을 맞았던 긴자식스는 7일 부터 점포내 음식점의 영업종료 시간을 종전보다 30분 빠른 오후 11시로 변경했습니다. 의류 및 잡화 매장은 종전처럼 오후 8시30분 영업종료를 유지합니다.
그동안 긴자 식스내 음식점들은 긴자에서 밤늦게까지 즐기려는 직장인이나 독신여성 수요를 고려해 심야영업을 했지만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요구가 강해지고, 일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영업시간 단축을 선택했다는 설명입니다.
긴자식스 내 음식점 뿐 아니라 도쿄 도심 주요부에서 영업종료 시간을 앞당기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덮밥 체인 마쓰야긴자점은 6월부터 영업종료 시간을 오후 7시30분으로 종전보다 30분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도쿄 시부야와 신주쿠 등에 대형 쇼핑몰을 두고 있는 루미네는 지난해 4월부터 12개 주요 점포의 영업시간을 30분 줄였습니다.
일본에서도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일손부족과 인건비 증가, 워라벨 요구 확대에 직면한 오프라인 업소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영업시간을 줄이는 모습입니다.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회적 요구의 변화, 일손부족의 심화가 도쿄의 밤거리에도 적잖은 변모를 일으키는 모습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