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이 “‘데릴남편 오작두’는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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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이가 전작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고 또 한 번 인생캐릭터를 갱신했다. 지난 19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는 11%대의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 중심에는 배우 유이가 있었다.
“이 작품이 저한테는 조금 급하게 들어가는 작품이었어요. ‘내가 이 작품에 들어가는 게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기회인 것 같았죠. 드라마가 끝났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실감이 안 나요. 촬영하는 4개월 동안은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지’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이렇게 됐어요. 산속에서 진행된 촬영이 있었기에 추위가 가장 힘들었어요.”
앞서 유이는 전작 KBS2 드라마 ‘맨홀’을 통해 쓴맛을 본 터라 ‘데릴남편 오작두’ 초반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자신이 출연했던 ‘맨홀’은 역대 드라마 최저시청률을 기록했고, ‘데릴남편 오작두’ 전작인 ‘돈꽃’은 높은 시청률을 달성했기에 고민이 컸을 터다. “‘맨홀’ 촬영 당시엔 너무 즐겁게, 재미있게만 촬영했었는데 시청률이 낮다는 걸 실감하지 못했어요. 시청률을 신경 안 쓰는 건 말이 안 되고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그걸 무시할 수는 없죠. 부담이 당연히 됐어요.”
‘데릴남편 오작두’는 극한의 현실을 사는 30대 중반 직딩 솔로녀 한승주(유이 분)가 오로지 유부녀라는 소셜 포지션을 쟁취하기 위해 순도 100% 자연인 오작두(김강우 분)를 데릴 남편으로 들이면서 시작되는 역주행 로맨스 드라마. 유이는 독종 PD 한승주 역을 맡아 시청률만 보고 달리는 최강 멘탈의 소유자지만 집에선 프로대충러의 진수를 보여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 작품이기도 했어요. 제작발표회 때도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하고 싶다’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촬영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일이 우선이었는데. 가족이 있지만 저도 누군가에게 투정 부리고, 집에 들어가면 ‘수고했다’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투더라도 언제나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요.”
한승주는 혼자 사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인물에게 차별과 수모를 겪는 상황에도 속 시원히 제 할 말 하는 인물이다. 통쾌한 돌직구를 던지며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과 비혼 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간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펼쳐온 유이는 한승주의 당찬 매력과 사랑스러움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냈다. 데뷔 10년 차 배우의 내공은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
“작가님이 제게 ‘자신만 있다면 이대로 갈까’라고 하시 길래 농담처럼 ‘저 나이 많다는 얘기 들어본 적 없어요’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작가님이 ‘승주는 당당하고 자유로운 인물이기에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다. 극중 승주의 나이는 시청자에게 승주의 상황을 설득하기 위해서다’라고 말씀하셨죠. 그래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가 아닌 한승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매 회마다 변화되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정연기는 극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었다. 유일하게 의지했던 고모의 고독사와 살인사건 목격 이후 공황장애를 겪게 되면서 불안감에 초췌해져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 극에 긴장감을 높였다.
“아픔을 표현하는 것 자체는 힘든 연기예요. 공황장애 관련 자료만 무작정 찾아봤어요. 시간이 많지 않은 촬영 스케줄이었는데 감독님이 모든 상황을 리얼로 하길 원했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셨어요. 실제가 100이라면 50정도를 제가 직접 경험하게 만들어줘서 엘레베이터에서 아픔을 겪는 장면을 찍을 땐 실제 무서움이 밀려오더라고요. 이 신뿐 아니라 작두 오빠와 함께 하는 장면들에서 보이는 간절함도 진짜 그렇게 느끼지 않았으면 연기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김강우와 만나 내는 시너지는 극을 풍성하게 했다. 유이와 김강우는 달달한 연인 관계를 몰입도 높게 소화해내며 시청률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김)강우 오빠의 힘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오빠가 툭 던졌을 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겠다 싶은 걸 작가님이 그대로 적어주셨어요. 그러다 울지 말아야 할 신에 울었던 적이 있어요. 여기서 나 안 붙잡으면 끝이라고 강우 오빠가 그러는 신이었는데 진짜 마지막이란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호흡을 맞추다 눈물이 나왔어요. 너무 오버했나 싶었는데 작가님이 좋았다고 말해주셔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정말로 연기하면서 오빠한테 많은 힘을 얻었어요. 실제로 오작두 같은 그런 남자는 없지 않나. 그런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승주가 부럽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이렇게 고집 세고 독한 여자가 오작두를 만나 순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작두란 인물을 통해 힐링 에너지를 많이 받았는데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시청자분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아요. ‘힐링 드라마’란 말이 제일 듣기 좋았어요.”
유이는 모성애 짙은 절절한 멜로 연기로 호평 받았던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에 이어 ‘데릴남편 오작두’까지 주말드라마의 주연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주말 퀸’ 타이틀에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연기로 호평을 받은 건 아니었다. 여러 작품들에서 발음에 대한 비판에 자주 직면했고 연기력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유이 자체의 밝고 경쾌한 에너지에 많은 시청자가 애정했다. 반복되는 연기력 논란에 위축될 법도 한데 꾸준히 도전해내는 것을 보면 배우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도 느낄 수 있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자신감이 넘쳤어요. 많이 안다고 자만했어요. 신인상도 받고, 주말극에서 비중 있는 역할도 맡으며 스스로를 ‘감정 연기를 잘 한다’고 자평했어요. 하지만 연기는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발음이나 디렉션, 전달력 등 당연히 욕심이 있음에도 내가 못하는 분야였는데, 그저 난 내가 할 수 있는 밝은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시청자 분들이 봤을 때 제가 튀면 안 되는 거였어요. 드라마 내용 자체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봐야지, 저를 봤을 때 ‘발음은 왜 저래? 왜 저렇게 생겼어? 왜 이렇게 말랐어?’ 하며 제가 걸리적거리면 안 되잖아요. 그걸 뒤늦게 깨우친 것 같아 되게 죄송해요. 저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오게끔 더 노력할 거예요. 앞으로는 이름 앞에 ‘연기자 유이입니다’라고 붙일 수 있게 그만큼 노력해야죠.”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인 유이는 이제 가수보다 배우로 더 익숙하다. 2009년 ‘선덕여왕’을 시작으로 2011년 단 두 작품 만에 주연작 ‘오작교 형제들’을 만난 유이는 이후 ‘버디버디’, ‘전우치’, ‘황금무지개’, ‘호구의 사랑’, ‘상류사회’, ‘결혼계약’, ‘불야성’, ‘맨홀 ? 이상한 나라의 필’, ‘데릴남편 오작두’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연기 경력만 10년차다.
“아무도 제게 압박을 주지는 않지만,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홀로 책임감과 부담감을 떠안고 살았어요. 그 시간들 때문에 20대의 삶에는 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인간 김유진을 사랑하지 않았고, 스스로가 아파도 돌보지 않았던 사람이었죠. 방송국만 오가며 잠도 못 자고,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무조건 ‘행복해요, 좋아요’라고만 말하던 20대였어요.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았다’는 자기 위안으로 눈가림을 하고 살아오다가 그 허무함이 서른 살이 되는 순간 한 번에 터진 거죠. 그 허무함을 떨쳐내고 다시 일어날 힘을 준 게 ‘데릴남편 오작두’에요.”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타고난 연기 내공을 펼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유이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갈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전에는 너무 큰 꿈을 갖고 있었어요. ‘올해 상 받기’ 이런 게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것을 지켜보고 싶어요. ‘나를 좀 사랑하기,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말기’와 같은 ‘사람 대 사람’에 관한 것들 말이죠. 지금의 회사로 옮기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뭔가 하나가 무너지고 난 뒤 잡아주는 기둥 없이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가족, 친구 아무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고 자책을 했던 시간들이 있다 보니까 목표라기보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연기적인 면에서 나아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졌어요. 큰 꿈을 갖기보다 앞으로도 제가 출연하는 작품을 보고 시청자 분들이 ‘재미있다, 힐링이 된다’고 하시면 좋겠어요. 다음 작품을 했을 때 그 얘길 다시 한 번 듣고 싶고, 저를 보시고 행복해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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