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천 일반분양서도 '불법 의심' 68명 적발

국토부, 개포 등 5개 단지 점검…경찰 수사 의뢰

분양 공고 2일전 세대분리…'위장전입' 58건
해외거주자 청약·'통장매매 의심' 사례도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돼 ‘로또’로 불렸던 아파트의 일반공급 당첨자 중에서 위장전입 의심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이에 앞서 특별공급에서도 위장전입 의심사례가 많이 나왔다.

예비청약자들이 지난 3월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마련된 ‘디에이치 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한경DB
국토교통부는 서울과 경기 과천에서 최근 청약한 5개 아파트 단지의 일반공급 당첨자를 대상으로 불법행위를 점검한 결과 총 68건의 불법행위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고 5일 발표했다. 대상은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 8단지 재건축)’를 비롯해 경기 ‘과천 위버필드(과천주공 2단지 재건축)’, 서울 강남구 ‘논현 아이파크’, 서울 마포구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염리 3구역 재개발)’, 영등포구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상아·현대아파트 재건축)’다.

단지별로는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의심사례가 35건으로 가장 많았다. 과천 위버필드(26건),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5건), 논현 아이파크(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단지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최대 수억원가량 낮아 1순위 청약에 수만 명이 몰렸다. 국토부는 지난달 이들 단지의 특별공급 당첨자를 조사해 50건의 불법 의심사례를 적발했다.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을 합쳐 불법 청약 의심사례는 총 118건에 달한다.

일반공급 68건의 불법행위 의심 사례 가운데 위장전입이 5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번에 적발된 A씨와 여동생 B씨는 부모와 함께 살다가 아파트 모집 공고가 뜨기 이틀 전에 세대를 각각 분리해 청약했고 둘 다 당첨됐다. C씨는 2014년부터 이번에 당첨된 아파트가 속한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배우자와 자녀는 거주지로부터 10㎞ 떨어진 인근 도시에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위장전입이 의심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가족을 위장전입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확인됐다. D씨는 장인 장모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다른 주택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며칠 뒤 장인 장모 주소를 자신의 집으로 세대 합가했다. 그 결과 가점 10점을 더 얻은 D씨는 청약 당첨에 성공했다. E씨는 어머니, 부인, 자녀 2명과 같은 세대라고 신고했지만 어머니는 같은 구의 본인 소유 주택에 실제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원 1인당 청약가점 5점이 추가되기 때문에 이런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위장전입 외에 해외 거주자 청약과 통장매매 의심사례도 확인됐다. F씨는 청약시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고 했지만 국토부가 전화 통화한 결과 2014년 6월부터 해외에 거주 중이라고 진술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모집공고일 기준 1년 이상 거주해야 우선공급 대상자가 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국토부는 이들 의심사례를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주택 공급질서 교란 행위자로 확정되면 주택법령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진다. 주택공급 계약 취소와 향후 3~10년간 주택 청약자격 제한 등의 조치가 더해진다.

국토부는 청약 과열 양상을 보였던 다른 아파트 단지에 대한 불법청약 조사에도 착수했다. 4일부터 하남 감일지구 포웰시티 당첨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작했으며 하남 미사역 파라곤 등 다른 주요단지의 당첨자에 대한 조사도 계획 중이다. 황윤언 국토부 국토기금과장은 “지난 4월에 이어 이번에 적발된 위반사례를 수사당국 지방자치단체 등과 공조해 단호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