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된 조현우 "아시안게임, 기회 주신다면 출전하고 싶어"

"병역 문제, 내겐 걸림돌 아니야…상주 상무 입대할 것"
"가장 붙어보고 싶은 선수는 손흥민…손흥민도 은퇴 전 K리그서 뛰고 싶다더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가 낳은 최고 히트 상품 조현우(대구)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십 수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쉬지 않고 터졌다.조현우는 다소 긴장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취재진의 포즈 요청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4일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 DMC 타워에서 열린 조현우의 단독 기자회견장엔 수십 개 매체가 몰려 그의 인기를 증명했다.

취재진의 질의는 약 50분 동안 쉬지 않고 쏟아졌고, 조현우는 지친 기색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조현우는 불과 지난달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무명선수였다.

월드컵 개막 전까지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에 가린 '세 번째 옵션'이었다.

그러나 스웨덴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깜짝 선발로 나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온 국민의 찬사를 받았다.그는 멕시코, 독일전에서도 눈부신 '선방 쇼'를 이어가며 깜짝 스타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독일전에서는 '클린 시트'를 기록하며 2-0 승리를 이끌었고 해당 경기 MOM(Man Of the Match·최우수선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현우는 수많은 인터뷰 요청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어 아예 기자회견을 준비했다.조현우는 "대단한 선수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입을 열었다.

다음은 조현우와 일문일답.
-- 월드컵을 마친 소감을 말해달라.
▲ 관심 주셔서 감사하다.

팬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도 해주시는데, 그렇지 않다.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헤어스타일이 관심을 끌었다.

무슨 의미가 있나.

▲ 아내가 이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동안 많은 헤어스타일을 시도했는데 이 머리스타일이 가장 잘 어울렸다.

은퇴할 때까지 이 머리스타일을 고집하려 한다.

머리카락 색은 다비드 데 헤아(스페인)를 따라 했다.

-- 경기 중 헤어스타일이 망가지지 않았는데.
▲ 경기 전 약간 신경을 썼다.

왁스와 스프레이로 고정했다.

(웃음)
-- 인기를 실감하나.

▲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 환호가 쏟아져 믿기지 않았다.

밖에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 적응이 안 된다.

-- 아내에게 쓴 편지가 화제가 됐다.

▲ 소속팀 대구 FC가 강등됐을 때를 비롯해 힘들 때마다 내게 힘이 돼 줬다.

월드컵 기간에도 힘든 일이 있었는데 아내는 잘 이겨냈다.

내게 매우 큰 존재다.

이런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출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따로 이야기를 들은 건 없다.

좋은 기회가 생기면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병역 혜택에 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미 28세에 상주 상무 입대 계획을 짜뒀다.

결혼을 일찍 한 이유기도 하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상주에 입대해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

-- 두 차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 프로 2년 차였던 2014년에 양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았지만, 현역 입대 대상이라 상주 입대에 문제가 없다.

(대구 FC 관계자는 신체검사 2급 판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
-- 스웨덴전 선발 출전 여부를 언제 들었나.

▲ 경기 당일 호텔 미팅에서 들었다.

스웨덴이 공중볼에 강한 팀이라 제공권 훈련을 열심히 했는데 신태용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잘 봐주신 것 같다.

-- 제공권 훈련을 어떻게 했나.

▲ 수비수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생각으로 훈련했다.

과감하게 움직이려고 했다.

특히 활동 범위를 늘리려고 노력했다.

분석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다만 김승규, 김진현이 선택을 받았어도 둘 다 잘했을 것이다.
-- 긴장감이 컸을 것 같다.

▲ 1인 1실 생활을 해서 다른 동료들과 접촉이 그리 많진 않았다.

경기 전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다가 호텔에 비치된 종이에 편지를 썼다.

다음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경기장 가는 버스에서 편지를 사진 찍어 모바일 SNS로 아내에게 보냈다.

-- 1인 1실 생활이 악영향이 됐나.

▲ 개인에 따라 다르다.

차두리 코치님은 일일이 선수들의 방을 찾아가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또한, 선수마다 경기나 훈련을 준비하는 패턴이 있는데, 1인 1실 체제로 그런 과정을 잘 지킬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은 좋았다.

-- 해외 구단의 관심이 많은데 보완해야 할 점은.
▲ 체격을 보완하고 싶다.

말랐다는 지적이 많다.

-- 언제쯤 해외 진출하고 싶나.

▲ 병역이 걸려있지만, 해외 진출의 꿈은 있다.

기회 된다면 큰 무대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 롤모델로 삼았던 선수는.
▲ 김병지 선배를 좋아한다.

자신감을 배우고 싶었다.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도 우리와 경기에서 과감한 드리블을 했다.

결과적으로 독일에 안 좋았지만, 그런 자신감은 칭찬해주고 싶다.

롤모델은 데 헤아다.

-- 유명인이 됐다고 느낀 일화가 있나.

▲ 귀국한 뒤 집이 있는 포항에 도착했는데, KTX에서 내리지 못할 만큼 많은 팬이 반겨주셨다.

-- 대표팀에 심리전담 코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 선수들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동료들과 코치진이 똘똘 뭉쳐 풀 수 있다.

장현수가 독일전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크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최근 CF 섭외요청이 많다고 하던데.
▲ 확실한 건 없다.

내일 대구에 내려가 구단, 에이전트와 미팅을 해야 할 것 같다.

K리그를 알릴 좋은 기회 같다.

-- 자신이 생각하는 이번 대회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 스웨덴전 일대일 상황에서 허벅지로 막은 장면이 있다.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더라. 훈련을 잘해서 그런 움직임이 나온 것 같았다.

그 선방으로 선수들 모두가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 K리그 FC서울과 경기를 앞두고 있다.

▲ 월드컵은 이제 과거다.

월드컵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

-- 멕시코전 때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외친 장면이 화제가 됐다.

▲ 장현수 선수의 핸들링 파울로 실점한 상황이었는데, 장현수에게 한 말은 아니다.

선수들이 가까운 곳에 있어 포기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한 것이다.

중계화면엔 그 장면만 나갔지만, 경기 내내 선수들과 소통했다.

--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

▲ 출전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끝이다.

나도 대표팀에서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즐기면서 준비했다.

후배들도 힘든 상황을 즐겼으면 좋겠다.
-- K리그 선수 중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 대표팀에 함께 있었던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두렵다.

많은 것을 가진 선수다.

인천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지 기대된다.

한번 맞붙어보고 싶은 선수는 손흥민이다.

손흥민도 은퇴하기 전에 K리그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다고 하더라. 손흥민이 K리그에 오면 팬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다.

의미 있는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대구에서만 뛰었다.

대구는 어떤 팀인가.

▲ 월드컵 기간 중 한 외국 기자가 독일전이 인생 최고의 경기가 아니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다.

이미 대구에서 좋은 경기를 많이 치렀다고 했다.

나에겐 매 경기가 소중하다.

대구에 있는 동안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대표팀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스웨덴전을 앞두고 많은 선수가 긴장했다.

큰 경기에 앞서 약간 위축되는 모습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상대 팀이 더 위축되더라. 독일이 그랬다.

앞으로 자신 있게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독일전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