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병아리 부화…"이름은 `깜순이`, 가족으로 키우겠다"

강원 동해안 지역에 기록적인 열대야가 이어진 24일 새벽 강릉시 사천면에 사는 최호준(59)씨는 베란다에서 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최씨는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새가 들어왔을 거라는 생각에 베란다 불을 켜고서는 깜짝 놀랐다.베란다에 놓아둔 달걀에서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고 나왔기 때문이다.

까만 털을 가진 병아리는 깨진 껍질 사이로 작은 날개를 버둥거리며 목청껏 어미를 찾고 있었다.

최씨는 평소 집 앞마당에서 기르는 닭들이 알을 낳으면 이를 매일 모아 누나나 조카 등 친지들에게 주려고 집 베란다에 놓아두었다.매일 아침 수거한 달걀이 계란판에 가득 모이면 집을 찾은 손님들이 가져가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알을 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알을 낳은 뒤 암탉이 일정 기간 품고 있던 알을 수거한 것은 아니라고 그는 밝혔다.

매일 알을 수거하고 있기 때문이다.최씨는 "보통 하루에 서너 알씩은 모으는데 최근 무더위로 닭들이 알을 잘 낳지 않아 계란판이 다 차지 않아서 베란다에 알들이 남아 있었는데 며칠이나 그곳에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냉장고에는 그동안 수거한 알이 가득 찼고, 친지 등에게 주기 위해 베란다에 달걀을 모아 두었던 것에서 오늘 병아리가 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더위가 어미 닭 대신 달걀을 품었다"며 "병아리가 자연 부화할 정도니 이번 더위가 정말 실감이 난다"고 놀라워했다.이 같은 일은 흔하지 않지만 무더운 여름에 종종 발생한다.

2016년에는 가정집의 냉장고 위에 보관한 유정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기도 했다.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의 품과 같은 온도가 유지돼야 한다.

강보석 국립축산과학원 연구관은 "유정란은 25도 이상에서 세포분열을 통해 발육을 시작한다"며 "온도가 37도가량 일정하게 유지되면 병아리로 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릉지역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35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졌으며, 23일 아침 최저기온은 31도로 역대 가장 높은 최저기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공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폭염이 뜻밖의 생명을 태어나게 했다"며 놀라워했다.

다른 누리꾼은 "와 생명력이 대단하다. 잘 키웠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최 씨는 "폭염이 선물해준 귀한 가족"이라며 "병아리 이름을 `깜순이`로 짓고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주리기자 yuffie5@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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