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社 '제로레이팅' 서비스 속속 도입… 통신비 인하 '藥' vs 독과점 강화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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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데이터 절약 이득통신사들이 데이터 이용료를 할인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잇따라 늘리고 있다. 그동안 자사 콘텐츠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도입해 왔으나 최근에는 게임, 커뮤니티 등 외부 콘텐츠 업체와 협력하는 모습이다. 제로레이팅이 실질적으로 통신비를 줄여주는 ‘묘책’이란 목소리와 오히려 통신사 및 대형 콘텐츠 업체의 독과점을 강화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KT·SKT, 제로레이팅 서비스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가 최근 들어 외부 업체와 제휴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통신사는 망 사용료 받고
콘텐츠업체, 이용자 확보
대형 콘텐츠업체 지배력 확대
소규모 콘텐츠업체엔 '불리'
통신사 영향력 커질 수도
KT는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 출시에 맞춰 데이터 차감 없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KT가 유통하는 갤럭시노트9에 피파온라인M,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모바일, 오버히트 등 4개 모바일 게임 론처를 선탑재하고 자사 고객이 이 게임을 실행할 때 소모되는 데이터는 월 이용 데이터에서 차감하지 않는 이벤트를 연말까지 한다.
KT 관계자는 “직접적인 가입자 유치보다는 4개 게임을 이용하는 400만 명 이상의 게임 유저에게 브랜드를 노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프로모션 효과를 분석해 다른 기기와 서비스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SK텔레콤은 다음달부터 13~18세 중·고등학생 가입자를 위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시작한다. 넷마블과 네오위즈의 일부 게임과 헝그리앱(게임 커뮤니티), 김급식(급식 정보), 스노우(카메라) 등 10대들이 즐겨 쓰는 10여 개 앱(응용프로그램)을 데이터 차감 없이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해 작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280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며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부터 G마켓 접속에 소모되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타사 움직임을 보고 추가 서비스를 내놓을 방침이다.
◆요금 인하 묘책 될까통신사들은 지금까지 자사 콘텐츠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해왔다. 통신 3사가 운영하는 내비게이션 앱이나 음원·동영상 서비스, 고객센터 앱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제로레이팅이 외부 서비스로 확대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통신요금 인하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비롯해 통신요금 인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은 소비자의 데이터 차감을 줄여주기 때문에 요금 인하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로레이팅에 참여한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고객은 ‘윈-윈’일 수 있다. 고객은 데이터 소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득이다. 통신사는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망 이용 대가를 보전받아 크게 손해보지 않는다. 게임사 같은 콘텐츠 사업자는 고객의 데이터 이용료를 대신 내는 셈이지만 이용자가 늘어난다.하지만 제로레이팅 서비스 밖에 있는 고객과 콘텐츠 사업자는 불리한 측면도 있다. 가령 제로레이팅을 적용받지 않는 음원 서비스나 게임을 이용하는 사용자는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소모해야 한다. 망 이용료를 대신 내기 어려운 소규모 콘텐츠 사업자는 경쟁의 출발선부터 대형 회사에 뒤처질 수 있다.
통신사가 콘텐츠 시장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지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신사와 손잡은 콘텐츠 사업자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로레이팅은 비용 지불 여력이 없는 중소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고 특정 사업자 지배력을 과도하게 확대할 우려가 있다”며 “중소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로레이팅zero-rating.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가 제휴를 맺고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쓸 때 발생하는 데이터 이용료를 할인해주거나 면제해주는 제도. 소비자는 데이터 요금을 아낄 수 있고 통신사와 콘텐츠 제공자는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