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충격 없이 양고기 도살은 동물복지 위반"

영국에서 전기충격을 거치지 않고 도살하는 양고기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의회 중진 의원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정부가 전기충격 등을 가하지 않고 도살하는 양고기를 사우디에 수출하기로 한 것은 동물복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특히 이런 결정이 향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확정 이후 무역 거래에 있어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하려는 정부의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비난했다.

영국은 향후 5년간 모두 2천500만 파운드(358억5천950만원 상당) 어치의 양고기를 사우디에 수출하기로 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정치권은 발표 당시 정부가 양 도살 시 전기충격 방식을 거치도록 할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영국의학저널(BMJ)의 `벳 리코드`(Vet Record)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전기충격 등을 거친 도살을 금하고 있는 할랄모니터링위원회(HMC) 승인을 받아 양고기 수출을 결정했다.

자유민주당 식품 담당 대변인 팀 패런은 "정부가 충분한 고려 없이 양고기 수출과 같은 중요한 현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극도로 부주의한 처사"라며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새로운 무역 파트너로부터 통상 압력을 받게 될 것이며, 이 경우 동물복지에 관한 한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해 육류 수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및 영국 관련 법에 따르면 모든 동물은 전기충격 등을 거쳐 도살되는데, 동물이라지만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다만 EU 역내 특정 종교 커뮤니티에 제공되는 경우에는 전기충격을 거치지 않고 도살할 수 있다.

의원들과 동물보호단체는 영국 정부가 이런 예외조항을 역이용했다고 비난했다.

호주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인 세계동물보호(WAP) 영국지부 매니저 이안 우드허스트는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영국은 아직 EU 회원국"이라고 말했다.영국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대표 마크 쿠퍼는 "영국의 경우 할랄 육류의 84%는 도살 전 전기충격 등 과정을 거친다"며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동물들은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되는 만큼 영국 정부의 이런 결정은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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