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소통' 내건 멕시코 새 대통령 파격…"국민 알권리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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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공공치안 회의 후 기자회견…취임 후에도 민항기 이용
소형차 이용·경호 인력 대거 줄여…전용기 매각·대통령궁 일반 개방'소박하고 투명한 정부'를 표방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신임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겸손하고 검소한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지난 7월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된 후 보여온 행보를 지난 1일(현지시간) 6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백발의 암로는 월요일인 3일 오전 7시부터 기자회견을 열어 1시간 가까이 여러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암로는 "우리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우리는 제한과 검열 없이 당신(언론)의 질문에 답하겠다.언론은 국민이 정보를 계속 접할 수 있는 도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여기(기자회견장) 있는 게 달라진 게 아닌가요"라고 기자들에게 묻기도 했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이민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던 CNN 기자의 발언권을 빼앗고 자신의 비판하는 기사를 향해 '가짜 뉴스'라며 연신 목청을 높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그간 멕시코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이 기자회견에 등장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좌파 진보 성향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바통을 넘겨 준 중도 우파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만 해도 집권 시절 기자회견을 비정기적으로 열었으며, 사전 준비된 원고를 읽는 수준에서 회견을 끝냈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었을 뿐이다.니에토 전 대통령이 질문을 받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암로 대통령은 앞으로도 매일 아침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2000년부터 5년간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거의 매일 기자회견을 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암로는 기자회견에 앞서 오전 6시에는 공공치안 팀과의 회의를 주재했다.
공공치안 팀과의 회의도 매일 개최할 예정이다.
마약범죄로 촉발된 멕시코의 심각한 치안 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헌법 개정 등을 거쳐 마약범죄 등 국내 치안 유지 활동에 군을 계속 투입할 계획이다.
AP통신은 암로가 '보통사람'으로서 통치하고 수십 년간 계속된 비밀주의와 과도한 경호, 호화로운 생활을 끝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면서 월요일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암로는 취임 이튿날인 전날 대통령이 된 후에도 다른 승객과 함께 민항기를 타고 베라크루스 주로 갔다가 멕시코시티로 돌아왔다.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하고 민항기를 이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암로는 당선 후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투입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긴축방안으로 하나로 낭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하겠다고 공약했다.
암로는 당선인 시절인 지난 9월 오악사카 주의 태평양 연안 휴양도시 후아툴코에서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로 돌아오려다가 공항에 발이 묶인 적이 있다.
악천후 탓에 수도의 공항이 일시 폐쇄되는 바람에 자신이 탄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서 4시간을 기내 등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런 일에도 암로는 자신의 약속을 실천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통령 전용기 매각 작업은 첫발을 뗐다.
2016년부터 전용기로 쓰이는 2억1천900만 달러(약 2천438억 원)짜리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매각을 위해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 버너디노로 이동했다.
새 정부는 정부가 보유한 다른 항공기 60대와 헬리콥터 70대 중 대부분을 매각해 사회복지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암로는 취임 전부터 사용하던 흰 소형차를 계속 타고 다닌다.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대규모 군 경호원을 거부하고 소규모 경호 인력만을 대동한 채 일반인과 섞여 이동하고 있다.
일각에서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암로는 "나는 멕시코 국민에 의해 보호받고 지지받고 있어 안전하게 느낀다"며 웃어넘길 정도다.
암로는 명쾌한 원인 분석 없이 자신이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살인이 줄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하루 평균 80여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1∼2일에는 약 50건에 그쳤다는 것이다.
지난 1일 하원에서 국내외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공식 취임식 후에 원주민 지도자들이 별도로 주최한 취임 행사에도 참석했다.
원주민 지도자들은 암로에게 권력을 상징하는 석고를 줬으며, 전통 주술사들은 약초로 암로의 몸을 털고 향 연기를 쐬게 하는 정화 의식을 벌였다.
암로는 지난 1일 공약대로 주말을 맞아 수십 년간 비밀에 싸여있던 대통령궁 '로스 피노스'를 일반에 개방했다.
평소엔 공공행사에도 사용하고 박물관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1934년부터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로스 피노스는 부지 면적이 미국 백악관의 14배에 달한다.
암로는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부패 척결은 물론 월급 삭감 등 대통령 면책특권 폐지, 대통령 전용기 매각, 고위 공무원 임금 삭감 등 특권 축소, 임기 중반 대통령 신임투표 실시, 교육 개혁 등을 하나둘씩 이행할 작정이다.
현재 65세인 암로는 멕시코에서 반세기 만에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이다.
전직 대통령 8명 중 6명은 취임 당시 40대였다.
느리지만 또박또박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대중 연설을 할 때는 에너지가 넘친다.신문 칼럼니스트인 살바도르 가르시아 소토는 "얼마나 많은 장관과 보좌관이 대통령의 리듬에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인지가 현시점에서 드는 유일한 의문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소형차 이용·경호 인력 대거 줄여…전용기 매각·대통령궁 일반 개방'소박하고 투명한 정부'를 표방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신임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겸손하고 검소한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지난 7월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된 후 보여온 행보를 지난 1일(현지시간) 6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백발의 암로는 월요일인 3일 오전 7시부터 기자회견을 열어 1시간 가까이 여러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암로는 "우리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우리는 제한과 검열 없이 당신(언론)의 질문에 답하겠다.언론은 국민이 정보를 계속 접할 수 있는 도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여기(기자회견장) 있는 게 달라진 게 아닌가요"라고 기자들에게 묻기도 했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이민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던 CNN 기자의 발언권을 빼앗고 자신의 비판하는 기사를 향해 '가짜 뉴스'라며 연신 목청을 높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그간 멕시코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이 기자회견에 등장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좌파 진보 성향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바통을 넘겨 준 중도 우파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만 해도 집권 시절 기자회견을 비정기적으로 열었으며, 사전 준비된 원고를 읽는 수준에서 회견을 끝냈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었을 뿐이다.니에토 전 대통령이 질문을 받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암로 대통령은 앞으로도 매일 아침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2000년부터 5년간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거의 매일 기자회견을 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암로는 기자회견에 앞서 오전 6시에는 공공치안 팀과의 회의를 주재했다.
공공치안 팀과의 회의도 매일 개최할 예정이다.
마약범죄로 촉발된 멕시코의 심각한 치안 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헌법 개정 등을 거쳐 마약범죄 등 국내 치안 유지 활동에 군을 계속 투입할 계획이다.
AP통신은 암로가 '보통사람'으로서 통치하고 수십 년간 계속된 비밀주의와 과도한 경호, 호화로운 생활을 끝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면서 월요일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암로는 취임 이튿날인 전날 대통령이 된 후에도 다른 승객과 함께 민항기를 타고 베라크루스 주로 갔다가 멕시코시티로 돌아왔다.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하고 민항기를 이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암로는 당선 후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투입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긴축방안으로 하나로 낭비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하겠다고 공약했다.
암로는 당선인 시절인 지난 9월 오악사카 주의 태평양 연안 휴양도시 후아툴코에서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로 돌아오려다가 공항에 발이 묶인 적이 있다.
악천후 탓에 수도의 공항이 일시 폐쇄되는 바람에 자신이 탄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서 4시간을 기내 등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런 일에도 암로는 자신의 약속을 실천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통령 전용기 매각 작업은 첫발을 뗐다.
2016년부터 전용기로 쓰이는 2억1천900만 달러(약 2천438억 원)짜리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매각을 위해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 버너디노로 이동했다.
새 정부는 정부가 보유한 다른 항공기 60대와 헬리콥터 70대 중 대부분을 매각해 사회복지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암로는 취임 전부터 사용하던 흰 소형차를 계속 타고 다닌다.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대규모 군 경호원을 거부하고 소규모 경호 인력만을 대동한 채 일반인과 섞여 이동하고 있다.
일각에서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암로는 "나는 멕시코 국민에 의해 보호받고 지지받고 있어 안전하게 느낀다"며 웃어넘길 정도다.
암로는 명쾌한 원인 분석 없이 자신이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살인이 줄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하루 평균 80여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1∼2일에는 약 50건에 그쳤다는 것이다.
지난 1일 하원에서 국내외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공식 취임식 후에 원주민 지도자들이 별도로 주최한 취임 행사에도 참석했다.
원주민 지도자들은 암로에게 권력을 상징하는 석고를 줬으며, 전통 주술사들은 약초로 암로의 몸을 털고 향 연기를 쐬게 하는 정화 의식을 벌였다.
암로는 지난 1일 공약대로 주말을 맞아 수십 년간 비밀에 싸여있던 대통령궁 '로스 피노스'를 일반에 개방했다.
평소엔 공공행사에도 사용하고 박물관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1934년부터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로스 피노스는 부지 면적이 미국 백악관의 14배에 달한다.
암로는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부패 척결은 물론 월급 삭감 등 대통령 면책특권 폐지, 대통령 전용기 매각, 고위 공무원 임금 삭감 등 특권 축소, 임기 중반 대통령 신임투표 실시, 교육 개혁 등을 하나둘씩 이행할 작정이다.
현재 65세인 암로는 멕시코에서 반세기 만에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이다.
전직 대통령 8명 중 6명은 취임 당시 40대였다.
느리지만 또박또박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대중 연설을 할 때는 에너지가 넘친다.신문 칼럼니스트인 살바도르 가르시아 소토는 "얼마나 많은 장관과 보좌관이 대통령의 리듬에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인지가 현시점에서 드는 유일한 의문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