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산업, 금융위기 후 첫 불황 진입한 듯"

투자은행, 생산량 3분기 -2.9%·4분기 -4% 전망
내년 역성장 후 완만한 회복…감원 등 구조조정 확산 우려
세계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불황에 접어든 것 같다는 진단이 나왔다.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케츠는 20일 보고서를 통해 전년동기 대비 경량차량(light vehicle) 생산량이 올해 3분기에 2.9% 줄어든 데 이어 4분기에도 4% 정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경량차량은 대형트럭을 제외한 일반적인 승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픽업트럭, 소형트럭 등을 의미한다.

RBC는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통상적으로 전문가들은 2개 분기, 6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이뤄지면 그 산업이 불황이나 경기후퇴로 불리는 '리세션'(recession)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 통신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후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RBC와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는 올해 자동차 생산량이 9천460만대로 2017년보다 0.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그러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2019년 다시 0.4% 감소한 뒤 수년간 완만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RBC는 미국의 경우 자동차업체들이 수요를 떠받치려고 가격을 인하할 수 있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자동차업계는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미중 무역 전쟁,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소비심리 감퇴, 디젤차 스캔들에 따른 배출가스 규제 강화, 자율주행과 같은 급속한 기술 변화 등 갖은 변화에 직면했다.판매 부진과 비관론 속에 경영여건 악화를 예상하고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는 업체들도 눈에 띄고 있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북미 5곳, 해외 2곳 등 7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북미에서 노동자 1만4천여명을 줄이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GM의 구조조정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 직전에 몰렸을 때 이후 가장 규모가 컸다.

그간 GM이 경기 변화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만큼 전문가들은 GM의 구조조정을 다른 업체들에 영향을 미칠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영국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재규어 랜드로버도 경영여건 악화 때문에 내년에 최대 5천명의 노동자를 감원하는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중국, 유럽의 판매부진 때문에 올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업체는 향후 2년간 25억 파운드(약 3조5천600억원) 규모의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계획을 지난 10월 발표한 바 있다.재규어 랜드로버는 각종 글로벌 악재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문에 관세 환경이 갑자기 바뀔 수 있는 위험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