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해야 할 진짜 이유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그레그 입 <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
미국 중앙은행(Fed)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하락이 일시적이고 기술적인 요인이 반영됐기 때문에 이로 인해 금리를 인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플레이션 하락의 이유가 모두 금리 인하의 근거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신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통계적 기법 등이 인플레이션 구성 요소에 반영되는 것처럼 일시적이고 기술적인 요인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들 요인이 반영된다면 금리 인하의 근거는 매우 명확해질 수 있다. 실제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2.0%에서 올 3월 1.6%로 급락해 Fed 관계자들과 수많은 경제학자를 놀라게 했다.

정작 최근 미국의 경기 호황은 인플레이션 하락을 거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미 성장률은 연율 3.2%에 달하며 일자리 증가율도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지난해 4분기 급락세에서 회복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이 일시적 요인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목표치 2%로 회귀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기술혁신이 인플레 압력 낮춰

하지만 이런 견해의 문제점은 일시적이며 기술적인 여러 요인이 모두 같은 방향, 즉 ‘하향’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는 것이다. 2017년 휴대폰 요금이 대폭 하락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휴대폰 요금제 측정 기준을 재조정하면서 통신사들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처방약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정부가 약가 인하를 추진하고 미 식품의약국이 제네릭(복제약) 승인을 가속화한 게 반영됐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틀림없이 긍정적인 ‘공급 측면’의 충격을 나타낸다. 즉 기업과 정부가 동일하거나 더 나은 제품을 더 싼 가격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스펜서 힐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연방 통계기관들이 의료 상품 가격이 합당한지 측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가 소비자 지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가격 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또한 통계기관은 향후 3년간 항공기와 휘발유차, 휴대폰, 의료 서비스 등으로 가격 데이터 수집 대상을 넓힐 방침이다. 원칙적으로 그것이 인플레이션의 가속화와 둔화로 이어질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3월 새로운 데이터가 채택되면서 의류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기대 인플레 하락, 금리 내릴 판

만일 이것이 단순히 현실을 따라잡는 통계를 반영한다면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낮게 유지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Fed가 정책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1990년대 닷컴 붐이 일어난 것처럼, 기술혁신이 가져오는 공급사이드의 호전(인플레이션 압력 저하와 생산량 증가)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수요 급감보다 인플레이션 둔화의 요인으로는 훨씬 바람직한 이유들이다. Fed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공급 측면의 거듭된 서프라이즈가 인플레이션을 2% 밑으로 유지하게 한다면 기대 인플레이션도 언젠가는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Fed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따라서 Fed는 성장 속도를 올리고 실업률을 더욱 저하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그레그 입 칼럼니스트가 쓴 ‘A Case for Lower Rates Still Lurks’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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