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연일 평가절하…원·달러 환율 1,200원대 올라서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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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심상치 않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남중국해를 놓고 시작된 미중 간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무역, 통상, 지적재산권, 첨단기술 등 모든 경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환율 분야가 심하다. 세계 경제 양대 축인 두 국가 간 통화 마찰은 그 파장이 의외로 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10일 미중 간 무역협상이 한창 진행되는 속에서도 트럼프 정부는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더 이상 양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시진핑 정부는 보복관세 부과로 맞대응한 데 이어 위안화 가치를 연일 평가절하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트럼프 정부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보복 관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카드다.국제협상은 ‘겁쟁이 전략(chickenship)’과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으로 양분된다. 핵 문제와 같은 중대한 안건을 다루는 북미 협상(경우에 따라서는 남북 협상도 포함)이나 패권국을 다투는 미중 간 무역협상은 전자로 다룰 수 없다. 후자처럼 협상 참가자가 마치 `벼랑 끝에 섰다`는 각오로 다뤄야 의도했던 목적을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전략은 ‘모(big deal)’가 아니면 ‘도(no deal)’로 끝난다. ‘빅딜’로 끝나면 타결 결과는 역사에 기록되면서 협상 참가자의 위상이 강화되지만 ‘노딜’로 끝나면 그 반대 상황에 놓인다. 북한 경제난과 식량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김정은 체제에 균열이 감지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해된다.미중 간 마찰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국제통화제도에서는 양국 간 통화마찰을 가격기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조정할 장치가 없다.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국제통화제도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가 간의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은 ‘없는 시스템(non-system)’이기 때문이다.국제 교역의 불균형이 심화될 때마다 최대 적자국인 미국이 시정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별로 없어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학자는 최소한 불균형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국가 간 조약’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4년 전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를 올린 직후 최근처럼 위안화 가치가 대폭 절하되자 ‘상하이 밀약설(달러 약세-위안 절상을 유도하는 묵시적 합의)’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 후 Fed가 금리를 올릴 때마다 ‘제2 플라자 밀약설’이 단골메뉴처럼 거론돼 왔다. 밀약설이 합의될 때는 ‘협정’(제2 플라자 밀약→제2 플라자 협정)으로 변한다.
‘제2 플라자 협정’은 인위적인 조정인 만큼 합의 가능성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달러화 약세-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에 달려있다. 조지 소로스의 위안화 투기설, 위안화 가치 40% 폭락설, 시진핑 정부의 본때론과 위안화 대폭 평가절하 용인설 등 중국은 위안화 관련 각종 위기설에 시달려 왔다.중국처럼 상시적인 환투기 대상에 몰리는 국가는 외화방어능력이 약할 때 외환위기가 발생한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통화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코노미스트였던 모리스 골드스타인 등이 제시한 특정국의 위기방어능력은 다양한 지표에 의해 평가되지만 외환보유액이 핵심지표라고 꼽는 것이 이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달러가 넘는다. 일부에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적정외환보유액을 따지는 세 가지 기준(IMF 방식, 그린스펀·기도티 방식, 갭티윤 방식) 중 가장 넓은 개념인 갭티윤 방식으로 중국의 경우 2조 4천억 달러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없다.어떤 국가든 위기를 의도적으로 내거나 방관하는 일은 없다. 트럼프 당선 이후 압력을 가하는 미국에 본때를 보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절하를 용인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설득력이 약했고 실제로 단행하지 않았다. 대규모 자본이탈로 잃는 것이 더 많은 데다, 시진핑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트럼프 정부도 위안화 절하에 맞대응 차원의 달러 약세는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무역적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무역적자를 축소하려는 보호주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맨(tariff man)’이라 불리는 만큼 보복관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안화 절하를 용납할리 없다.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에 선진 6개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0’ 내외까지 뛰어 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이탈(달러 가치 고평가)했던 수준이다. 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이 0.75% 포인트(p)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위안화 절하-달러 강세’를 용인할 수 없는 이유다.
‘제2 플라자 협정’은 시진핑과 트럼프 정부가 모두 필요한 만큼 언제든지 논의될 수 있는 문제다. 2014년 12월 원과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이후 두 통화 간 상관계수가 0.8(작년 하반기 이후에는 0.9)에 달할 정도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 논의가 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지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한상춘/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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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미중 간 무역협상이 한창 진행되는 속에서도 트럼프 정부는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더 이상 양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시진핑 정부는 보복관세 부과로 맞대응한 데 이어 위안화 가치를 연일 평가절하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트럼프 정부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보복 관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카드다.국제협상은 ‘겁쟁이 전략(chickenship)’과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으로 양분된다. 핵 문제와 같은 중대한 안건을 다루는 북미 협상(경우에 따라서는 남북 협상도 포함)이나 패권국을 다투는 미중 간 무역협상은 전자로 다룰 수 없다. 후자처럼 협상 참가자가 마치 `벼랑 끝에 섰다`는 각오로 다뤄야 의도했던 목적을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전략은 ‘모(big deal)’가 아니면 ‘도(no deal)’로 끝난다. ‘빅딜’로 끝나면 타결 결과는 역사에 기록되면서 협상 참가자의 위상이 강화되지만 ‘노딜’로 끝나면 그 반대 상황에 놓인다. 북한 경제난과 식량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김정은 체제에 균열이 감지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해된다.미중 간 마찰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국제통화제도에서는 양국 간 통화마찰을 가격기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조정할 장치가 없다.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국제통화제도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국가 간의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은 ‘없는 시스템(non-system)’이기 때문이다.국제 교역의 불균형이 심화될 때마다 최대 적자국인 미국이 시정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별로 없어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학자는 최소한 불균형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국가 간 조약’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4년 전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를 올린 직후 최근처럼 위안화 가치가 대폭 절하되자 ‘상하이 밀약설(달러 약세-위안 절상을 유도하는 묵시적 합의)’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 후 Fed가 금리를 올릴 때마다 ‘제2 플라자 밀약설’이 단골메뉴처럼 거론돼 왔다. 밀약설이 합의될 때는 ‘협정’(제2 플라자 밀약→제2 플라자 협정)으로 변한다.
‘제2 플라자 협정’은 인위적인 조정인 만큼 합의 가능성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달러화 약세-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에 달려있다. 조지 소로스의 위안화 투기설, 위안화 가치 40% 폭락설, 시진핑 정부의 본때론과 위안화 대폭 평가절하 용인설 등 중국은 위안화 관련 각종 위기설에 시달려 왔다.중국처럼 상시적인 환투기 대상에 몰리는 국가는 외화방어능력이 약할 때 외환위기가 발생한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통화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코노미스트였던 모리스 골드스타인 등이 제시한 특정국의 위기방어능력은 다양한 지표에 의해 평가되지만 외환보유액이 핵심지표라고 꼽는 것이 이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달러가 넘는다. 일부에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적정외환보유액을 따지는 세 가지 기준(IMF 방식, 그린스펀·기도티 방식, 갭티윤 방식) 중 가장 넓은 개념인 갭티윤 방식으로 중국의 경우 2조 4천억 달러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없다.어떤 국가든 위기를 의도적으로 내거나 방관하는 일은 없다. 트럼프 당선 이후 압력을 가하는 미국에 본때를 보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절하를 용인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설득력이 약했고 실제로 단행하지 않았다. 대규모 자본이탈로 잃는 것이 더 많은 데다, 시진핑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트럼프 정부도 위안화 절하에 맞대응 차원의 달러 약세는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무역적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무역적자를 축소하려는 보호주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맨(tariff man)’이라 불리는 만큼 보복관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안화 절하를 용납할리 없다.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에 선진 6개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0’ 내외까지 뛰어 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이탈(달러 가치 고평가)했던 수준이다. 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 성장률이 0.75% 포인트(p)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위안화 절하-달러 강세’를 용인할 수 없는 이유다.
‘제2 플라자 협정’은 시진핑과 트럼프 정부가 모두 필요한 만큼 언제든지 논의될 수 있는 문제다. 2014년 12월 원과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이후 두 통화 간 상관계수가 0.8(작년 하반기 이후에는 0.9)에 달할 정도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 논의가 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지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한상춘/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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