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항소법원 "정부, 충분한 평가 없는 사우디 무기수출은 위법"

"사우디의 국제 인권법 위반 여부 검토했어야"
2015년 이후 7조원어치 팔아…무기판매 즉각 중단되지는 않아
영국 정부의 사우디아라비아 무기 수출이 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우디에 수출한 무기가 예멘 내전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킬 가능성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해 무기 수출이 즉각 중단되는 것은 아닌 만큼 영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항소법원(court of appeal)은 '무기 거래 반대 캠페인'(Campaign Against Arms Trade)이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중단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법원은 사우디 무기 수출과 관련한 정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측면이 간과돼 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정부는 무기 수출 승인 전에 사우디가 이끄는 동맹군이 예멘 내전과 관련해 국제 인권법을 위반했는지에 관해 평가를 내리지 않았고, 그러려는 의도도 없었다"고 밝혔다.

법원은 다만 이번 판결로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이 즉각 중단되는 것은 아니며, 정부가 법원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재검토하는 한편,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영국의 최대 무기 수출 시장이다.

2015년 3월 예멘 내전이 발생한 뒤로 영국은 사우디에 최소 47억 파운드(약 7조원) 어치의 무기를 판매했다.

외무부와 국방부, 국제무역부 장관이 무기판매 승인에 서명했으며,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 등 차기 총리 유력후보들 역시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를 옹호해왔다. 2016년 이후 예멘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여기에는 1만1천700여명의 민간인이 포함돼 있다.

민간인 사망자의 3분의 2는 사우디가 이끄는 동맹군 공격에, 나머지 3분의 1은 동맹군과 싸우는 후티 반군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기 거래 반대 캠페인'의 앤드루 스미스는 "사우디는 세계에서 가장 잔혹하고 억압적인 나라로 수십년간 영국의 최대 무기 수출대상이었다"면서 "(사우디에 의한 예멘) 폭격은 최악의 인권 위기를 창출했고, 영국 무기회사들은 수익을 얻었다. 무기 판매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