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드론 격추에 항공사들 속속 이란 영공 운항 중단(종합2보)

美연방항공청, 호르무즈해·오만해 이란 영공통과 노선 이용금지 명령
미국 항공사들 외에 브리티시·KLM·콴타스·싱가포르항공 등 노선조정
미군의 무인정찰기(드론) 격추사건 이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커지면서 이란 영공을 통과하는 노선을 재조정하는 항공사들이 늘고 있다. 미국 항공당국이 자국 항공사들에 이란 영공 통과 금지 명령을 내리자 미국뿐 아니라 영국·네덜란드·호주 항공사들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21일(현지시간) AFP,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자국 항공사들에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해 상공의 이란 영공을 통과하는 노선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긴급명령을 내렸다.

FAA는 이란 현지 시간으로 지난 20일 새벽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의 정찰용 드론에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불과 45해리(약 83㎞) 떨어진 상공을 민항기가 지나고 있었으며, 이밖에도 다수의 민간기가 주변에 있었다고 밝혔다. FAA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 주변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과 국제공역에서 제대로 된 경고조차 없이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이란의 태도를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처는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이란 영공을 지나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인도 뭄바이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지 수 시간 만에 나왔다.

FAA의 명령이 나오자 영국의 브리티시항공, 네덜란드의 KLM, 호주의 콴타스 항공, 싱가포르항공 등도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운항하지 않고 다른 루트로 비행하도록 조정하는 조처를 했다. FAA의 명령은 미국의 항공사들에만 적용되지만,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의 항공사들도 현시점에서 이란 상공 비행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에어프랑스-KLM 항공그룹의 네덜란드 측 항공사인 KLM은 "드론 격추사건은 호르무즈 해협 상공 비행을 당분간 중단할 이유가 된다"면서 예방적 차원에서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테헤란행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이란의 다른 지역 상공을 운항하는 항공노선들을 조정했다. 에어프랑스는 기존에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비행하지 않았다면서도 제기되는 리스크와 관련해 항공당국과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이 핵합의 이행 수준을 줄이겠다고 경고한 뒤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오만 해상에서 유조선 2척이 피격된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대립이 격화했고, 미군의 정찰용 드론 격추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양측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란은 자국 영공에 드론이 침입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피격되기까지 드론이 비행한 경로가 기록된 지도와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캡처한 사진 등을 공개하며 공해(公海)상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2014년 7월 17일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말레이시아 항공 MH17 여객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자 298명 전원이 숨졌던 참사와 같은 일이 혹시라도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KLM 항공을 보유한 네덜란드는 말레이시아 항공기 참사 당시 자국민 196명을 잃었다.

항공업계에 안전 관련 안내를 제공해 온 단체 OPS그룹도 "이란 남부에서 민항기가 격추될 위험이 실재한다.

(군용기 등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으니 호르무즈 해협 지역을 피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OPS 그룹은 미국 외의 다른 국가 항공사들도 FAA의 이란 영공 운항 금지 조처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