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법원 "2차대전 침몰 獨전함 나치 독수리상 매각해라"

법원 "수익금은 정부와 인양 투자자가 절반씩 나눠야"
우루과이 법원이 지난 2006년 남미 해안에서 인양된 거대 '나치 청동 독수리상'을 정부가 매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엘 파이스 등 현지 언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옛 독일 나치당의 어금꺾쇠 십자표지가 부착된 독수리상은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우루과이 해안에서 침몰한 독일 전함 그라프 슈페호의 선미 부분에서 발견됐다.

독수리상은 인양된 이후 논란이 제기되자 10년 넘게 우루과이 해군 창고의 밀폐된 상자 안에 보관됐다.

법원은 독수리상을 90일 이내에 매각해야 하며 판매 수익금의 절반을 인양 작업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나머지 수익의 절반은 정부 재산으로 귀속된다.

그라프 슈페호의 인양은 미국과 유럽의 개인 투자가들이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부담한 가운데 2014년 2월 시작됐다.

당시 우루과이 해군과 투자자들은 인양으로 생기는 수익을 50 대 50으로 나누기로 합의했지만 투자자들은 인양 이후 정부가 합의를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루과이 정부는 이번 판결에 항소할 수 있다.

호세 바야르디 국방부 장관은 판결을 분석할 때까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수리상을 둘러싼 논쟁은 정부가 최근 의회와 현지 유대인 사회에 800파운드의 청동 조각상 처리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한 후 다시 일었다. 일부는 독수리상을 전시하거나 경매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이들은 숨기거나 파괴해야 한다며 맞섰다.

2차대전 초기 독일 해군력의 상징이었던 소형 전함 그라프 슈페호는 남대서양 해안에서 연합군의 상업 선박 9대를 침몰시키며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그라프 슈페호는 1939년 12월 13일 시작된 이른바 '라 플라타강 전투'에서 영국과 뉴질랜드 전함과 교전 끝에 공격을 받고 정상 운항이 어려울 정도로 고장이 났다.

이후 그라프 슈페호는 영국·뉴질랜드 전함의 추격을 따돌리고 당시 국제협약상 중립국 항구로 72시간 한도 내에서 입항이 허용됐던 몬테비데오항으로 피했다.

그라프 슈페호는 정해진 시간 내에 배 수리를 하지 못하고 같은 해 12월 17일 몬테비데오 항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며 교전으로 선박 전체를 잃을 것을 우려한 한스 랑스도르프 선장의 결단으로 스스로 가라앉는 운명을 택했다. 대부분의 선원은 배편으로 인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송됐고, 랑스도르프 선장은 며칠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