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잉원, 홍콩시위 바람 타고 상승세

TVBS 방송의 내년 총통선거 후보군 여론조사 첫 선두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의 대규모 반중시위 등의 바람을 타고 차이잉원(蔡英文) 현 대만 총통이 2020년 총통선거 후보자군에 대한 대만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선두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참패로 한때 재선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차이 총통이 2016년 첫 총통선거에 도전했을 당시 반중국 정세의 영향으로 낙승했던 상황을 다시 맞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6년 선거에서는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周子瑜)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어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대만독립 분자'라는 공격을 받고 총통선거 전날 밤 사과 동영상을 올린 것이 대만 유권자들의 반중국 정서를 자극해 결과적으로 차이 총통의 당선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25일 자유시보와 연합보에 따르면 전날 대만 TVBS 방송은 2020년 대선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서 차이 총통이 야당인 국민당 경선 참가자와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과의 가상 대결에서 모두 앞섰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 5월 8일 여론조사와 비교해보면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이 20~40대 등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도가 하락한 반면, 차이 총통은 전 연령층에서 10% 이상 상승했다.

이번 조사에서 차이 총통과 한 시장의 양자 가상대결에서 차이 총통은 50%, 한 시장은 36%의 지지를 받았다.

차이 총통과 궈타이밍(郭台銘) 전 훙하이(鴻海) 정밀공업 회장의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차이 총통(45%)이 35%인 궈 전 회장을 앞섰고, 주리룬(朱立倫) 전 신베이 시장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48% 대 33%의 지지율로 차이 총통이 우세했다. 차이잉원-한궈위-커원저의 3자 가상대결에서 차이 총통은 37%, 한 시장은 29%, 커 시장은 20%의 지지를 받았다.

차이잉원-궈타이밍-커원저의 3자 대결과 차이잉원-커원저-주리룬의 3자 대결에서도 차이 총통이 우세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TVBS 방송 여론조사센터에서 지난 17~22일 만 20세 이상 시민 1천67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를 통해 실시한 것으로, 95%의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49%포인트이다. 한편 전날 대만민의기금회(TPOF)는 지난 17~18일 만 20세 이상 유권자 1천92명을 대상으로 한 대만독립 문제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지지율 분포가 대만독립 49.7%, 현상유지 25.4%, 양안 통일 13.6%, 무응답 11.3%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만독립(49.7%) 지지율은 1991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2016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양안 통일(13.6%)은 가장 낮은 수치라고 부연했다.
이는 연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국양제'(1국가 2체제)와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불사 발언,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