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하재훈, 산전수전으로 강해진 뚝심…"실패 안 두려워"

KBO리그 최다 연속 경기 무실점 기록을 아쉽게 놓치고도 흔들리지 않은 SK 와이번스 마무리투수 하재훈(30)의 특별한 '멘털'이 화제다.

하재훈은 지난 2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3-1로 앞선 9회 말에 등판해 1실점하면서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무실점했더라면 31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2011년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세운 최다 연속 경기 무실점 기록과 타이를 이룰 수 있었다.

이를 두고 하재훈은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었다"며 "연속 기록은 깨졌지만, 경기는 내가 가져가려고 했다. 그래서 더 잘 던졌다.

확실히 잡는다는 마음으로 공 하나하나 집중해서 던졌다"고 말했다.

하재훈은 자신과 한 약속대로 남은 1점 차 리드를 지켜 세이브를 수확했다. 신기록을 세우지 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이 하재훈을 흔들지는 못했다.

하재훈은 "나는 실패를 누구보다 많이 했다. 그래서 실패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하재훈은 나이로는 30대지만, 올해 신인이다.

KBO리그 무대에서 뛰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용마고를 졸업한 하재훈은 2008년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웠다.

2013년 마이너리그 최고 레벨인 트리플A까지 올라갔지만 빅리그 입성에는 실패했다.

이후 하재훈은 일본 독립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도 뛰었다.

이때까지 하재훈은 주로 투수가 아닌 야수로 활동했다.

지난해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지명을 받으면서 하재훈은 투수로 변신했다.

그것도 리그 1위 팀의 뒷문을 지키는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다.

미국과 일본에서 고생한 시절을 떠올리며 하재훈은 "중요한 경기에서 마지막 타자로 나와 만루에 삼진을 당하기도 하고, 끝내기 실책도 하고 실패는 다 해봤다"며 웃었다.

하재훈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야구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나 터닝포인트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야구가 보일 때가 있다.

그때를 빨리 찾는 게 좋은데, 저는 일본에 있을 때 운 좋게 야구가 다르게 보이는 기회가 있었다.

경기 전체가 보이더라"라고 말했다.

특별한 일화나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느 순간 야구 전체가 보이는 시기가 찾아오는 것이라면서 하재훈은 "야구를 보는 포인트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해탈' 또는 '득도'한 듯한 하재훈의 강한 멘털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하재훈은 "어떤 역할을 하든 보직은 상관 안 한다.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으면 그게 최고"라며 "목표도 없다.

목표가 있으면 과부하가 걸리게 마련이다.

공 하나하나,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한다"며 "야구장에서 한 가지는 즐거워야 할 것 같아서 매일 즐거운 것 한 가지씩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