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최저임금위 복귀…"과속에 제동" vs "사과도 안하나"

회의 시작부터 노사 충돌…경영계 내년 최저임금 4.2% 삭감 요구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데 반발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불참해온 사용자위원들이 7일 만에 회의에 복귀했다. 사용자위원들은 "과속 자동차의 제동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을 펼쳤고 근로자위원들은 회의 불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 초반부터 격한 갈등 양상을 보였다.

최저임금위원회가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제8차 전원회의에는 사용자위원 9명 가운데 7명이 참석했다.

지난달 26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이 부결된 데 반발해 집단 퇴장한 지 7일 만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제6∼7차 전원회의에는 모두 불참했다.

사용자위원들 가운데 권순종·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이날도 회의장에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 무산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잘 들어간다는 것을 믿고 운전한다"며 "과거 굉장히 과속했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최저임금 수준을 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자동차의 과속에 비유하고 이번에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도 "(사용자의) 지급 능력이 보장되지 않았는데 임금을 책정한다면 범법자를 양산하는 결과가 되고 결국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근로자위원인 이주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계속 과속이라고 하는데 한국 경제로 볼 때 정상적인 속도로 가고 있다"며 "오히려 더 속도를 내 최저임금 1만원으로 가는 게 한국 경제 규모에 맞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성경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사용자위원들이 업종별 차등 적용을 포함한 최저임금제도 개선 논의를 조건으로 복귀한 데 대해 "위원회에서 표결로 끝난 상황을 오늘 와서 재논의하면 한 치 앞도 회의 진행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위원장에게 발언 기회를 요청해 "(사용자위원들이) 오늘 복귀했는데 사과 한마디 없이 마치 제도 개선 요구가 담보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행동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용주 경기도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발언을 통해 "(근로자위원들이) 신경질적인 발언을 하는데 기자들이 (회의장에서) 나가고 나서 시작하자"며 "기자들 나가면 치고받고 한 번 해보자. 오래 (싸움) 할 수 있는 체력을 다져놓고 왔다"고 맞받아쳤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시급 8천원'으로 제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천350원)을 기준으로 4.2% 삭감한 금액이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심의에서 삭감을 요구한 것은 2010년 적용 최저임금을 심의한 2009년 한 번뿐이다. 앞서 근로자위원들은 2일 제7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9.8% 높은 1만원을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