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하재훈의 투수 전향기…모든 것이 첫 경험

롯데전서 최다이닝 소화, 최장 기간 휴식 후 등판
"야구엔 예상 밖의 일이 부지기수…앞만 보고 달린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수호신 하재훈(29)은 투수로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많다. 올 시즌 KBO리그에 데뷔한 데다, 투수 전향 후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어 많은 것이 새롭다.

그는 올 시즌 초반 타자로 뛸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어깨 근육 뭉침 현상에 시달렸고, 연투한 뒤 겪은 몸의 변화도 처음 경험했다.

그에겐 투수로서 겪는 모든 상황이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재훈은 3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서도 많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했다.

그는 마무리 보직 전환 후 처음으로 8회에 등판했다.

8-5로 앞선 8회 초 2사 1, 3루에서 마운드에 올라갔다. 하재훈은 8회 등판이 생소한 듯했다.

상대 팀 정훈을 상대로 던진 직구 초구는 시속 140㎞대 초반에 그쳤다.

구속이 평소보다 약간 떨어졌다. 그러나 하재훈은 노련하게 커브 2개로 정훈의 타이밍을 뺏은 뒤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위기를 벗어난 하재훈은 총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보직 전환 후 개인 최다 이닝 기록이었다.

하재훈이 겪은 생소한 경험은 또 있다.

그는 마무리 보직을 맡은 뒤 가장 긴 시간을 쉰 뒤 등판했다.

지난달 26일 LG 트윈스전에 마지막 등판했던 하재훈은 일주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일주일 만에 등판한 건 6월 중순 이후 올 시즌 두 번째다.

불펜 투수들은 등판 일정 간격이 늘어나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하재훈은 큰 무리 없이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경기 후 하재훈은 "너무 갑작스럽게 (8회에) 등판해 약간 헤맨 것 같다"며 웃은 뒤 "오늘 마무리 보직을 맡은 뒤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는데, 2이닝까지는 책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하재훈은 이날 경기를 포함한 일련의 과정이 대투수로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사실 모든 도전의 과정이 좋게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달 2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KBO리그 최다경기 무실점 타이기록에 도전했지만, 기록을 코앞에 두고 실점을 허용했다.

보통 대기록 작성을 놓치면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아 슬럼프를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재훈은 신기록 작성에 실패한 뒤에도 무너지지 않고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야구엔 예상과 다른 많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과거의 일은 빨리 지우고 앞으로 해야 할 것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강한 힘이 묻어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