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한우 기아차 사장 '불법파견' 혐의 기소(종합)

차 생산업무 공정에 사내협력사 근로자 860명 불법파견 받아
고발장 접수 4년만에 수사 마무리…정몽구 회장은 불기소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경영진을 불법 파견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9일 박한우 기아차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고발장에 포함된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사내협력사 계약 등의 업무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원지검 공안부(김주필 부장검사)는 이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 사장과 전 화성 공장장 A 씨 등 2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2015년 7월 파견 대상이 아닌 자동차 생산업무 등 151개 공정에 사내협력사 16곳으로부터 근로자 860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자동차 생산업무의 경우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결론 내렸다.

사내하청 근로자라고 해도 원청 근로자와 동일한 공간에서 유사한 업무를 하며, 원청인 기아차 지휘를 받는 만큼 불법 파견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직접생산공정이 아닌 출고, 물류, 청소 등 71개 공정에 대해서는 불법 파견으로 볼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들 업무는 자동차 생산과는 별도의 독립된 업무로 볼 여지가 많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고발장에 포함됐던 정 회장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내협력사 계약 및 관리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검찰은 2015년 7월 금속노조 기아차 화성 비정규 분회 근로자들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한 지 4년 만에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사건은 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 특별채용에 대한 노사 협의와 재판 등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검찰은 지난해 12월에서야 고용부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올 초 기아차 화성공장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앞서 화성 비정규 분회 근로자들은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에 분회 노조원 468명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자 회사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법원은 근로자들에 대해 "기아차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고, 고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한 2017년 2월 항소심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내 하청으로 2년 넘게 일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거나 고용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라고 판결하면서, 직접생산공정 뿐만 아니라 간접 공정에 투입된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해서도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 처분이 반드시 민사 판결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간접 공정에 투입된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해서는 불법 파견으로 볼 여지가 적어 불기소 처분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생산공정과 관련해서는 비정규직 직원과 정규직 직원 간에 업무의 종류, 강도 등이 크게 다르지 않아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