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英유조선 '나포시도' 보도에 "긴장 조성용 자작극" 반박

이란 혁명수비대가 10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려 했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를 즉시 반박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1일 "이란군이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려 했다는 주장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는 시도"라며 "영국 유조선이 지나간 것 같은데 그들의 주장은 긴장을 조성하려고 스스로 꾸며낸 일로 가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도 이날 낸 성명에서 "우리는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에서 일상적인 순찰 임무를 수행했다"라며 "지난 24시간 동안 영국을 포함한 어떤 외국의 배도 마주치지 않았다"라고 부인했다.

아울러 "혁명수비대 해군은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작전 해역 안에서 단호하고 신속하게 외국의 배를 체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CNN, 로이터통신 등 서방 언론은 미국 관리 등을 인용해 10일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무장 쾌속정 여러 대가 영국 BP의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 호를 나포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유조선을 호위하던 영국 해군 구축함 몬트로즈 함이 포격하겠다고 경고하자 물러갔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도 11일 낸 성명에서 "몬트로즈 함이 브리티시 헤리티지 호와 이란 배들 사이에 위치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란 배에 무전으로 구두 경고하자 이란 배들이 돌아갔다"라며 "이란 당국은 중동의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란군이 나포를 시도했다고는 규정하지 않고 이 유조선의 항로를 방해하려다 성공하지 못했다고 서술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11일 알자지라 방송에 "이란이 영국 유조선의 항해를 방해한 사건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영국 해군의 활약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긴장 고조는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방 언론은 4일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이란 유조선이 유럽연합(EU)이 제재하는 시리아로 향한다는 이유로 억류한 뒤 이란에서 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한 만큼 이번 사건이 '보복 나포'라고 해석했다.

양측의 입장이 정반대인 만큼 서방 언론과 영국의 과잉 반응인지, 실제 이란군의 위협 기동인지는 진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바레인에 주둔하는 미 5함대의 함정과 이란 혁명수비대 소형 무장 쾌속정이 근거리에서 조우해 경고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의 반응을 떠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2015년 5월에는 혁명수비대가 이란의 해상 유전 시설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싱가포르 선적의 유조선에 경고 사격을 가하고 콘테이너선을 억류하기도 했다.

영국과 이란의 '유조선 갈등'은 미국의 탈퇴에 이은 이란의 이행 감축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존속에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영국을 포함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측 핵합의 서명국과 이란은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호적으로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