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으로 부활한 단발 기생 강향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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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 '낭랑긔생' 공연‘한 여성이 머리를 남성처럼 짧게 자르고, 남성양복을 입고 캡 모자를 쓰고 시내를 돌아다닌다.’
1922년 신문에 난 이 기사의 주인공은 기생 강향란. 열네 살에 한남권번에 입적해 기생이 돼 큰 인기를 얻은 그는 ‘조선 최초의 단발 기생’으로 이름을 올렸다.정동극장이 실존 인물인 강향란을 기반으로 창작한 음악극 ‘낭랑긔생’(사진)을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선보인다.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던 기생 향란이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작품이다.
개화기 기생은 관기제도 폐지 이후 조선의 전통 가무악을 이어나갔고 새로운 문화를 최전선에서 받아들이면서 대중에게 전하는 유행의 선두주자이기도 했다.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평등, 인권 등의 개념을 함께 받아들였고 예술가, 교사, 독립운동가, 인권운동가로 변모하며 격동의 시기를 살아냈다. ‘낭랑긔생’은 권번에 들어가 새 이름을 얻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따라간다.연극 ‘뜨거운 여름’ ‘시련’에 출연한 김주연이 강향란 역을 맡고 배우 홍륜희가 권번장 차순화를 연기한다. 작곡가 류찬이 곡을 쓰고 음악감독을 맡았다. 연출은 뮤지컬 ‘톰 아저씨’, 음악극 ‘너랑나랑아리랑’ 등을 무대화한 강유미가 한다. 극을 쓴 조은 작가는 “영웅이 아닌 소소한 인물의 역사에 주목하려 했다”며 “특히 기록에조차 단편적으로만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그 여성들이 함께함으로써 더 강해지는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