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박 전문가 "한국 여객선, 사고시 탈출 어려워"

"세월호도 사고 때 탈출 어렵게 설계돼…승무원도 제 역할 못 해"
대만의 선박 안전 전문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세월호는 사고 시 탈출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대만의 재난 사례를 통한 양국 간 교훈과 재난 대처방법'이란 주제로 전문가 집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훙원링(洪文玲) 대만 가오슝과학기술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배가 전복돼도 일정 기간 떠 있어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다"며 "여객선은 사고 때 탈출이 쉽게 설계되고 운영해야 하는데 세월호는 그렇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훙 교수는 "지난주 목포에서 제주까지 여객선을 타고 가봤는데 이 배도 탈출하기 어렵게 돼 있었다"며 "탈출 지도가 있었지만 위기 때는 이런 것을 보지 않고도 직관적으로 탈출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탈출 계단이나 비상구를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원들이 사고 때 안전 가이드가 될 수 있도록 훈련받고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훙 교수는 "예전 규정으로 설계된 오래된 배는 운항 검사는 통과할 수 있어도 그것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장 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언젠간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가오슝(高雄) 가스 폭발 사고를 예로 들며 "관리자들은 가스가 새면서 압력이 떨어지는데도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세월호 사고 역시 이런 사고 징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가오슝 가스 연쇄 폭발사고는 2014년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시 첸전(前鎭)구에 있는 지하 석유화학 물질 공급관에서 누출 사고가 나 인근 하수도 통로 등으로 가스가 퍼지면서 연쇄 폭발이 발생한 사고다.

이 사고로 32명이 숨지고, 320여 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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