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당했다' 거짓신고 여성 1심 무죄 깨고 항소심 유죄

"강제력 행사 정황 등 발견 안 돼…징역 6월에 집유 1년"
택시기사에게 성추행당했다고 거짓 신고한 혐의로 기소돼 1심 무죄 판단을 받았던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심준보 부장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24)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9월 2일 오전 1시 30분께 대전 서구 한 골목길에 정차된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에게 자신의 신체를 만지도록 하며 성적 접촉을 유도한 뒤 강제 추행당했다고 경찰에 거짓 신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택시기사가 피고인의 신체를 만졌다는 신고를 허위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동의 아래 성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손을 들어줬다.

택시 블랙박스에 기록된 A 씨와 기사의 대화 내용이 유죄 판단 근거가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블랙박스 녹음을 들어보면 택시기사가 피고인에게 강제력을 행사한 정황이나 피고인이 겁을 먹을 만한 언동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어조나 말투에 변동이 없고 위기감을 느꼈다고 할 만한 대목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택시기사로부터 강제로 추행을 당한 사실이 없음에도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신고 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합의금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직장에 결근하고 심리치료를 받을 정도로 극심한 피해를 본 상황에서 합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