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을 철저히 실천한 퇴계는 삶의 좌표가 되는 등대"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퇴계의 길을 따라' 출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2008년 도산서원과 인연을 맺은 뒤 퇴계(退溪) 이황(1501∼1570) 학문과 삶을 널리 알린 김병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이 퇴계에 관한 세 번째 저서 '퇴계의 길을 따라'를 펴냈다. 경북 안동 도산서원과 광주 월봉서원 원장으로도 활동하는 김 이사장은 전작 '퇴계처럼', '선비처럼'에 이어 이번 저작에도 '퇴계처럼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김 이사장은 나남출판이 18일 종로구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에서 마련한 출간 간담회에서 책명에 대해 "퇴계의 길은 퇴계가 한양과 안동 사이를 다닌 옛길이기도 하고, 그가 추구한 사람의 도리이자 인간으로서 가야 할 바람직한 길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월 이황이 450년 전 임금에게 사직 상소를 올리고 걸은 마지막 귀향길을 재현하는 행사를 개최해 큰 관심을 받았다. 신간에서도 김 이사장은 퇴계 귀향길 걷기 행사를 소개하고, 선비정신과 퇴계 가르침을 논했다.

책은 내용이 어렵지 않아 술술 읽히고, 250쪽 남짓으로 얇다.

김 이사장은 퇴계가 완벽한 인간임을 뜻하는 '완인'(完人)이자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태산북두(泰山北斗) 같은 존재였다고 강조했다. "퇴계는 여러 면에서 존경을 받은 사람입니다.

콘텐츠를 지닌 지성인이었고, 공부한 것을 철저하게 실천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했어요. 항해하는 데 등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등대 같은 인물입니다.

"
김 이사장은 사회가 풍족해졌음에도 부자간에 이해관계를 따지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퇴계는 '나아감'보다 '물러남'을 중시했고, 소아(小我)보다 대아(大我)를 생각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높은 곳에 머무는 것은 내 할 일 아니네/ 고향마을에 기거하면서/ 착한 사람이 많아지길 소원하네/ 이것이 천지가 제자리를 잡는 것이기에"라는 퇴계 시를 읊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성이 바른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륜을 현대적으로 바꿔 실천해야 한다"며 선비들이 한 5단계 공부법인 박학(博學), 심문(審問), 신사(愼思), 명변(明辯), 독행(篤行)을 언급했다.

이는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물으며, 신중히 생각하고, 명확히 분별하며, 독실하게 행동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도산서원은 지난 6일 병산서원, 옥산서원, 소수서원 등 서원 8곳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김 이사장은 "퇴계는 과거 급제가 아니라 훌륭한 리더 양성을 위해 서원을 만들었다"며 "서원은 인간 도리를 가르치고 지덕체를 모두 기르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인은 물질문명과 과학기술만으로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자연과 인간이 합일해야 한다는 퇴계의 가르침이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책 에필로그에서 허물은 덮어주고 착함은 드러내자는 '은악양선'(隱惡揚善)을 강조했다.

"착함을 칭송하면 인간관계가 좋아지고 어려움이 해소됩니다.

반대로 악을 드러내면 일도 안되고 건강도 해쳐요.

자신을 성찰하고 비운 다음 감사한 마음을 채우면 어떨까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