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EU 집행위원장 지지 놓고 이탈리아 연정 또 내분

'반대' 극우 동맹 "유권자 배신"…'찬성' 오성운동 "이탈리아 고립시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신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지지하는 문제를 놓고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부가 또다시 내분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연정의 한 축인 극우 동맹은 지난 16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EU 집행위원장으로 선출하는 인준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지만, 동맹의 연정 파트너인 오성운동은 찬성표를 던졌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인준 투표에서 재적의원 747명의 절반이 넘는 383명의 찬성표를 얻어 차기 EU 집행위원장에 선출됐다.

투표 결과가 나온 뒤 동맹과 오성운동은 연정 파기까지 거론하며 상대 정당을 비난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동맹이 반대표를 던지는 바람에 이탈리아가 고립되는 위험을 초래할 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동맹을 이끄는 극우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오성운동이 유럽을 바꾸겠다고 했던 약속을 어기고 유권자들을 배신했다며 오성운동을 깎아내렸다.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인터뷰에서 살비니 부총리는 지방자치를 확대하는 문제에 오성운동이 반대했던 사례 등을 거론하며 오성운동의 '발목잡기'에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연립정부가 깨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오성운동에 달렸다.

잘 되던가 그렇지 않던가 둘 중 하나다"라며 공을 떠넘겼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동맹의) 불신과 협박이 지속하는 분기기 속에서는 정부가 계속 유지될 수 없다면서 "연정을 해산하고 싶다면 분명하게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가에서는 조기 총선을 치르는 문제가 2020년 예산안 승인 등 주요 정치적 이슈 때문에 이달 20일 전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가을이나 겨울에 총선을 치른 적이 없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런 전망에 대해 "우리에게 이틀이나 사흘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기 총선 문제가 20일 이후에라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정치 철학과 지지층이 확연히 다른 두 정당은 작년 6월 1일 서유럽 최초로 포퓰리즘 정권을 탄생시켰으나 사회간접자본 확충, 내각 관료 부패 스캔들 등으로 계속해서 갈등을 겪었다.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동맹 내부에서는 오성운동과 결별해야 한다며 살비니 부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