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일본서 실종된 박꽃수레 사건, '살인사건' 전환 수사

경찰, 먼저 실종됐다가 숨진채 발견된 남성까지 피해자 2명 추정
40대 한국남성 피의자로 입건…당사자는 "죽이지 않았다" 혐의 전면부인

경찰이 3년 전 일본에서 거주하던중 사라진 한국인 여성 박꽃수레(실종 당시 42세) 씨의 실종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여 40대 한국인 남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은 문제의 남성 피의자가 박 씨에 앞서 역시 일본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남성 김영돈(사망 당시 28세) 씨까지 모두 2명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남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박 씨와 김 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A(38) 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2016년 7월 일본 후쿠시마현 자택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앞서 그는 일본에서 유학하다가 2차례 결혼을 했는데, 첫번째 이혼 후 만난 2번째 일본인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경기도 이천에 거주하던 박 씨의 가족은 당시 박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 발생 장소가 일본인 관계로 일본 경찰이 먼저 수사에 나섰다.

일본 경찰은 박 씨가 사라지기 직전인 같은 해 7월 6일 박 씨 자택 주변 고속도로 톨게이트 CCTV에 찍힌 차량에 박 씨와 과거 연인 사이이던 A 씨가 함께 타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박 씨의 마지막 모습으로 일본 경찰은 A 씨를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했다.

박 씨가 사라진 뒤 A 씨가 박 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실까지 찾아낸 일본 경찰은 박 씨를 체포했지만, 박 씨의 실종과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해 A 씨는 일본에서 사기 등 다른 혐의로만 처벌받았다.

이후 경찰은 일본 경찰로부터 A 씨에 대한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살펴보던 중 A 씨가 2011∼2012년 박 씨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제3의 인물인 김 씨를 언급한 부분을 확인했다.
김 씨는 A 씨의 지인으로 일본 유학 중이던 2008년 10월 실종됐다가 2010년 6월 미야기현의 한 대나무숲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박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부터 영돈이 일은 잊어버리고…"라고 적은 부분에 주목했다.

A씨가 김 씨 실종 직전 평소 자신의 씀씀이와 달리 수백만 원을 인출하고, 김 씨와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것은 물론 마지막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이에 경찰은 A 씨가 박 씨와 김 씨 두 사람을 모두 살해한 것으로 보고 그간 다뤄오던 실종사건을 살인사건으로 전환, 지난해 6월 한국에 들어온 A 씨를 2명에 대한 살인 등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실종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김 씨의 시신에서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은 데다 박 씨의 경우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아 A 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A 씨는 지난 20일까지 5차례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박 씨와 김 씨를 죽이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부인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현재 A 씨의 살인 혐의 처리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황상 A 씨가 유력한 피의자여서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를 모으고 있다"며 "조만간 A 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인데 살인 혐의에 대해 기소와 불기소 가운데 어떤 의견으로 송치할지에 대해서는 법리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