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치권, 테러방지법 강화 놓고 '시끌'

"테러 근절에 필요" vs "남용 우려 커"
인도 정치권이 '테러방지법' 강화를 놓고 시끄럽다. 여당은 테러 근절을 위해 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멀쩡한 시민이 테러리스트로 몰릴 우려가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는 모양새다.

25일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연방하원은 전날 테러리스트 규정 범위를 단체에서 개인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불법활동방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하원에서는 이 법의 남용 가능성을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섰다.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은 "이 법의 유일한 목적은 테러를 근절하는 데 있다"며 "법이 남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일반인조차 테러리스트로 지정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야권은 이 법이 테러 관련 수사권 및 재산 몰수권 확대 등의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법이 발효될 경우 치안 당국이 테러 수사와 관련해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야권 대부분은 이날 법안 표결에 불참했고 여당 주도로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상원 표결까지 통과하면 효력을 갖게 된다.

여야는 상원에서도 또 한 차례 신경전을 펼칠 전망이다.

인도에서는 지난 2월 분쟁지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주)에서 경찰 40여명이 사망하는 대형 자살폭탄공격이 발생하면서 테러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스리랑카에서 '부활절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 급진 세력이 인도에도 거점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동부와 북부 지역에서는 극좌 마오이스트(마오쩌둥주의) 반군에 의한 테러도 자주 일어난다.

와중에 노골적인 애국주의를 앞세운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이런 상황을 정치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5월 총선에서 승리한 데에도 관련 '애국심 캠페인'이 한몫하기도 했다.

이어 BJP는 재집권 후 시민권 등록 강화 등 보수 힌두 민족주의 기조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번 테러방지법이 자칫하면 무슬림 등 소수 집단을 잠재적인 테러 집단으로 모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법이 탄압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