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자금이 잠식한 서민금융…회수 가능성은?

日저축은행·대부업체 총여신 17조원…당국 "여러 가능성 예의주시"
산업에 이어 금융 부문에서도 일본의 보복이 우려되는 가운데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서민금융 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계 자금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일단 일본 측의 자금 회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서민들의 마지막 자금 조달처인 서민금융시장으로 영향이 미치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가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저축은행 중 일본계열인 SBI저축은행, JT친애·JT저축은행, OSB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현재 총여신 규모는 10조7천347억원이다.

국내 79개 전체 저축은행의 총여신(59조1천981억원)의 18.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SBI저축은행(6조456억원)과 JT친애저축은행(1조8천697억원)은 각각 총여신 상위 1위와 8위에 올랐다.

OSB저축은행(1조7천919억원)은 9위로 뒤를 이었다.

일본계 자금은 대부업계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현재 일본계 대부업체는 19개로, 이들의 대출잔액은 6조6천755억원이다.

같은 시점 국내에 등록된 전체 대부업체 대출잔액(17조3천487억원)의 38.5%에 해당한다.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대부업계 1위는 '산와머니'다. 산와머니(업체명 산와대부)는 2002년 일본 소비자금융업체인 산와파이낸스가 한국에 진출해 세운 회사다.

산와머니는 일본에서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국내 대부업계에서 성장했다.

2017년 기존 1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의 모회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대부자산을 이전·처분하기로 한 이후 산와머니 독주 체제가 이어졌다.

작년 말 기준 산와머니가 보유한 국내 대출채권은 약 2조1천455억원이다.

산와머니는 작년부터 '한국 철수설'이 흘러나오더니 올해 3월부터는 아예 새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기존 대출 회수만 하고 있다.

"대출 부실률이 높아져 건전성 관리를 한 뒤 재개하겠다"는 이유였으나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영업 철수 전망이 더 짙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업계에서 일본계 업체들이 정치적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진출한 일본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가 대출 연장을 안 해준다고 해도 차주들이 갚지 못하면 업체 입장에서도 건전성이 나빠져서 잘못하면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업체는 대출 채권을 팔고 나갈 수 있겠지만 살 사람이 없어 팔 수 없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주식 다 팔고 완전히 국내에서 떠나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제값을 못 받아서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진흥원장도 "일본계 업체들이 돈을 다 회수해 간다고 하더라도 지금 만성적 대출 수요 초과 상황이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이라며 "회수하지도 않겠지만 회수한다고 해도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일본계 업체들이 서민금융권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작다고는 하지만 만에 하나 실제 상황이 발생한다면 보복의 진폭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일본계 자금 회수의 시발점은 은행권이나 기업 회사채 쪽이 될 것"이라며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의 회수는 이후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무시할 수는 없다.

이들의 자금 회수는 보복의 영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가 권한이 제한적인 채권자라 할 수 있지만, 여러 가능성을 두고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