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한국영화 역사 담긴 소품 40만점 '폐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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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촬영소 부산 이전에 소품업체 문닫을 처지
'JSA…' 판문점세트·'왕의 남자' 용상 등 갈 곳 잃어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이 앉았던 용상, '여고괴담'에서 학생들이 쓰던 책걸상들, '살인의 추억'에 경찰서 사무실을 장식하던 캐비닛 등 반세기 한국영화가 이곳 소품들과 함께 했습니다. "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 입주 기업인 '서울영화장식센터'는 반세기 한국 영화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임권택 감독과 작품을 같이하며 소품 감독으로 이름을 날린 김호길 대표가 업체를 꾸려오며 모인 소품이 어림잡아 40만점에 달한다. 맷돌부터 조선 시대 군졸들의 창과 활, 일본강점기 마차, 70년대 가전제품까지 종류와 양으로 따졌을 때 국내에서 독보적이다.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든 가품도 많지만, 김 대표가 직접 수집한 실제 물건도 상당수다. 서울영화장식센터 관계자는 6일 "고물처럼 보이지만 지금도 영화 촬영 때 쓰이는 물건들"이라며 "특히 시대극의 경우 영화인들이 결국 이곳을 찾아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6천 600㎡ 크기 창고들을 가득 채운 영화 소품들은 지금 갈 곳을 잃고 폐기 위기에 놓였다.
남양주촬영소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부산 이전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입주 업체들은 계약이 만료되면서 자체적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촬영 장비 업체 등 입주 업체들은 촬영소를 떠났지만, 각각 의상과 소품을 담당하는 입주기업 2곳은 옮길 곳을 찾지 못하고 남아있다.
특히 훼손되기 쉬운 영화 소품의 특성상 서울영화장식센터는 당장 이전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영화장식센터 측에서는 이전을 위해 수도권 일대 창고를 물색하고, 영화 관련 문화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 제안서를 내기도 했지만 뾰족한 답변은 없었다.
이런 와중에 올해 6월 입주 계약이 만료된 서울영화장식센터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는 건물을 비우라는 명도 소송을 건 상태다.
업체 관계자는 "10월 이전에 창고를 비우고 '알아서' 나가라는 것인데, 이전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결국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주종합촬영소는 1998년 8월에 문을 연 국내 대표적 영화 촬영시설이자 체험 시설이다.
특히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는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개관 이래 이 곳을 다녀간 일반인 관람객은 약 380만명에 달한다.
소품들도 이들 관람객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서울영화장식센터는 싼 임대료로 입주하는 대신 소품을 관람객에게 공개하며 투어 가이드 역할도 해왔다.
현재는 이전 계획에 따라 일반인 관람객 체험은 종료된 상태이며, 촬영 세트에서 영화 제작은 진행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반세기 한국 영화의 역사이자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볼거리였던 소품들이 허망하게 폐기될 위기"라며 "최소한 이전 계획을 단계적으로 세울 시간이라도 벌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JSA…' 판문점세트·'왕의 남자' 용상 등 갈 곳 잃어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이 앉았던 용상, '여고괴담'에서 학생들이 쓰던 책걸상들, '살인의 추억'에 경찰서 사무실을 장식하던 캐비닛 등 반세기 한국영화가 이곳 소품들과 함께 했습니다. " 경기도 남양주종합촬영소 입주 기업인 '서울영화장식센터'는 반세기 한국 영화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임권택 감독과 작품을 같이하며 소품 감독으로 이름을 날린 김호길 대표가 업체를 꾸려오며 모인 소품이 어림잡아 40만점에 달한다. 맷돌부터 조선 시대 군졸들의 창과 활, 일본강점기 마차, 70년대 가전제품까지 종류와 양으로 따졌을 때 국내에서 독보적이다.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든 가품도 많지만, 김 대표가 직접 수집한 실제 물건도 상당수다. 서울영화장식센터 관계자는 6일 "고물처럼 보이지만 지금도 영화 촬영 때 쓰이는 물건들"이라며 "특히 시대극의 경우 영화인들이 결국 이곳을 찾아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6천 600㎡ 크기 창고들을 가득 채운 영화 소품들은 지금 갈 곳을 잃고 폐기 위기에 놓였다.
남양주촬영소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부산 이전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입주 업체들은 계약이 만료되면서 자체적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촬영 장비 업체 등 입주 업체들은 촬영소를 떠났지만, 각각 의상과 소품을 담당하는 입주기업 2곳은 옮길 곳을 찾지 못하고 남아있다.
특히 훼손되기 쉬운 영화 소품의 특성상 서울영화장식센터는 당장 이전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영화장식센터 측에서는 이전을 위해 수도권 일대 창고를 물색하고, 영화 관련 문화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 제안서를 내기도 했지만 뾰족한 답변은 없었다.
이런 와중에 올해 6월 입주 계약이 만료된 서울영화장식센터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는 건물을 비우라는 명도 소송을 건 상태다.
업체 관계자는 "10월 이전에 창고를 비우고 '알아서' 나가라는 것인데, 이전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결국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주종합촬영소는 1998년 8월에 문을 연 국내 대표적 영화 촬영시설이자 체험 시설이다.
특히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는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개관 이래 이 곳을 다녀간 일반인 관람객은 약 380만명에 달한다.
소품들도 이들 관람객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서울영화장식센터는 싼 임대료로 입주하는 대신 소품을 관람객에게 공개하며 투어 가이드 역할도 해왔다.
현재는 이전 계획에 따라 일반인 관람객 체험은 종료된 상태이며, 촬영 세트에서 영화 제작은 진행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반세기 한국 영화의 역사이자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볼거리였던 소품들이 허망하게 폐기될 위기"라며 "최소한 이전 계획을 단계적으로 세울 시간이라도 벌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