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에 비디오게임 탓한 트럼프…전문가 "연관성 확인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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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연구팀 등 "폭력적인 게임과 실제 공격성 인과관계 입증 못 해"
일부 美단체는 "영향 있다"…"게임 탓하면 근본 원인 해결에 방해" 주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 난사의 잠재적인 원인 중 하나로 비디오 게임을 지목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대국민 성명에 담은 표현을 빌리자면 "끔찍하고 잔인한" 비디오 게임 등이 폭력을 미화해 사람들을 과격하게 만드는 것에 일조했다는 시각이 그 배경이다.
문제의 발언이 나오자 공화당 소속인 댄 패트릭 텍사스 부(副)지사가 비디오 게임산업을 겨냥한 연방정부의 조처를 촉구한 데 이어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캘리포니아)도 이들 총격 사건의 원인이 "인간성을 말살하는" 비디오 게임 탓이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을 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디오 게임을 대형 총격 사건의 원인과 연관 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서 벌어진 고교 총격 사건 직후에도 백악관에서 열린 '학교 안전 간담회'에서 그는 아동들을 폭력에 노출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이나 영화, 인터넷 등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실제 폭력을 부추긴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 NBC방송과 CNN방송이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올 초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약 1천명의 영국 청소년을 10년 이상 분석해 국제 학회지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실은 보고서에 따르면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는 것과 실제 생활에서 나타나는 공격성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2016년, 2018년에 각각 발표된 다른 연구들도 비디오 게임이 실제 폭력성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NBC는 전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히려 폭력적인 게임이 범죄율을 낮추는 듯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총기 난사 등 다중 살인사건을 연구해온 노스이스턴대 범죄학과 제임스 앨런 폭스 교수는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대형 총격 사건의 범인이 폭력적인 게임을 즐긴 것도 아니라며 그런 게임이 폭력에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정말로 그게(게임) 원인이었다면 비디오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 무척 많은 걸 고려했을 때 문제가 훨씬 더 많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미국정신의학회(APA)와 미국소아과협회(AAP) 등에서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현실에서의 폭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APA는 2015년 연구를 통해 "폭력적인 게임을 이용하면 폭력적인 행동이 늘지만, 친 사회적 행동과 공감 능력, 도덕성 등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총격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미국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런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플로리다주 스텟슨대 심리학과 크리스 퍼거슨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또 비디오 게임을 폭력의 원인으로 들고나오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며 "이건 우리가 폭력의 진짜 원인을 들여다보는 걸 방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총기류 안전 및 규제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행동을 촉구하는 엄마들'(Moms Demand Action) 창립자인 섀넌 와츠는 지난해 CNN에 출연해 비디오 게임은 미국에서 이토록 많은 대형 총격 사건이 발생하는 원인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와츠는 미국인들이 다른 고소득 국가 국민들과 같은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같은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도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는 "느슨한 총기법 때문"이라며 "미국인은 총기 안전 대책을 원하지 비디오 게임 대책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 일갈했다.
/연합뉴스
일부 美단체는 "영향 있다"…"게임 탓하면 근본 원인 해결에 방해" 주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 난사의 잠재적인 원인 중 하나로 비디오 게임을 지목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대국민 성명에 담은 표현을 빌리자면 "끔찍하고 잔인한" 비디오 게임 등이 폭력을 미화해 사람들을 과격하게 만드는 것에 일조했다는 시각이 그 배경이다.
문제의 발언이 나오자 공화당 소속인 댄 패트릭 텍사스 부(副)지사가 비디오 게임산업을 겨냥한 연방정부의 조처를 촉구한 데 이어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캘리포니아)도 이들 총격 사건의 원인이 "인간성을 말살하는" 비디오 게임 탓이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을 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디오 게임을 대형 총격 사건의 원인과 연관 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서 벌어진 고교 총격 사건 직후에도 백악관에서 열린 '학교 안전 간담회'에서 그는 아동들을 폭력에 노출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이나 영화, 인터넷 등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실제 폭력을 부추긴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 NBC방송과 CNN방송이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올 초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약 1천명의 영국 청소년을 10년 이상 분석해 국제 학회지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실은 보고서에 따르면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는 것과 실제 생활에서 나타나는 공격성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2016년, 2018년에 각각 발표된 다른 연구들도 비디오 게임이 실제 폭력성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NBC는 전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히려 폭력적인 게임이 범죄율을 낮추는 듯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총기 난사 등 다중 살인사건을 연구해온 노스이스턴대 범죄학과 제임스 앨런 폭스 교수는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대형 총격 사건의 범인이 폭력적인 게임을 즐긴 것도 아니라며 그런 게임이 폭력에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정말로 그게(게임) 원인이었다면 비디오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 무척 많은 걸 고려했을 때 문제가 훨씬 더 많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미국정신의학회(APA)와 미국소아과협회(AAP) 등에서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현실에서의 폭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APA는 2015년 연구를 통해 "폭력적인 게임을 이용하면 폭력적인 행동이 늘지만, 친 사회적 행동과 공감 능력, 도덕성 등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총격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미국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런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플로리다주 스텟슨대 심리학과 크리스 퍼거슨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또 비디오 게임을 폭력의 원인으로 들고나오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며 "이건 우리가 폭력의 진짜 원인을 들여다보는 걸 방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총기류 안전 및 규제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행동을 촉구하는 엄마들'(Moms Demand Action) 창립자인 섀넌 와츠는 지난해 CNN에 출연해 비디오 게임은 미국에서 이토록 많은 대형 총격 사건이 발생하는 원인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와츠는 미국인들이 다른 고소득 국가 국민들과 같은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같은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도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는 "느슨한 총기법 때문"이라며 "미국인은 총기 안전 대책을 원하지 비디오 게임 대책을 원하는 게 아니"라고 일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