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빛, 돌, 물, 흙 그리고 시간의 건축가 이타미 준

이타미 삶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 1937~2011) 은 대중에게 꽤 친숙하다. 많은 사람이 제주도를 여행하다 그의 건축물을 맞닥뜨리거나, 또는 찾아 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는 이타미 준의 건축물을 하나씩 돌아보며 그의 생애를 되짚는다.

영화가 그리는 이타미 준의 작품은 빛, 바람, 돌, 물, 흙 등 자연의 산물 또는 자연 그 자체로 상징된다. 이타미 준은 재일 한국인 건축가로 정체성을 지켜왔다.

도쿄에서 태어나 시즈오카현 시미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의 영향을 받아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유동룡이란 본명으로 대학교까지 다녔다. 그러나 무송 유씨의 '유'가 일본에서는 없는 활자이기 때문에 결국 그는 절친한 음악가 길옥윤의 예명인 요시아 준에서 '준'을, 그가 생애 최초로 이용한 공항이자 한국을 올 때 이용했던 이타미 공항에서 '이타미'를 따와 예명을 지었다.

공항에서 따온 이 예명은 자유로운 세계인으로서의 건축가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동시에 한국에서는 일본인, 일본에서는 한국인 대우를 받는 경계인으로서의 처지 역시 나타냈다.
영화가 그리는 이타미의 건축과 철학은 손의 온기와 장소의 고유한 풍토, 지역성,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담는 것이다. 그는 딸에게 "언젠가 폐허가 돼서 땅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건축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조선 자기의 온기를 동경했으며,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의 마음으로 건축에 온기를 녹여냈다.

그가 1982년 설계한 온양미술관은 한옥에서 영감을 받아 거북선을 형상화했다.

일본과는 전혀 다른, 한국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2001년에 지은 제주도 포도호텔은 제주도의 오름과 민가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고, 수 미술관(2006년)은 제주도의 물을 소재로 건축했다.

같은 해 만들어진 풍 미술관에는 제주의 바람을 담았다.

영화는 이타미 준의 딸을 비롯한 가족들, 그의 동료, 제자 등의 인터뷰를 충실하게 실어 그의 생전 모습을 짐작게 한다.

바다를 보거나 그가 건축한 장소를 거니는 소년 유동룡의 모습도 보인다.
배우 유지태가 내레이션을 맡아 묵직함을 더하고 이타미와 마찬가지로 재일 예술가인 작곡가 양방언이 음악을 만들었다.

가수 최백호는 보컬로 영화에 참여했다.

제목이 왜 '이타미 준의 바다'일까.

바다는 그의 영감의 원천이기 이전에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가 자란 시즈오카의 시미즈에도, 제2의 고향인 제주도에도 바다가 있다.

그의 건축은 바다와도 같이 자연을 포용한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정다운 감독은 "이타미 준이 성장한 시미즈와 제주가 닮아있고, 이타미 준의 마음의 고향은 제주 바다였다"며 "바다에는 고향이라는 의미와 일본과 한국 사이의 바다라는 의미도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