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분쟁發 '증시 쓰나미'…코스피가 최악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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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지 기자의 Global insight이번주 글로벌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발(發) 악재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부터 중국산 제품 3000억달러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게 발단이었다. 이후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고,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 정부도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했다.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피처는 없었다. ‘블랙먼데이’가 된 지난 5일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90%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각각 1.62%, 1.74% 하락했다. 영국 FTSE100이 2.47%, 프랑스 CAC40 역시 2.19% 내렸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이어진 6일까지 주요국 증시 대부분이 약세였다.그중 최악은 한국 증시였다.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고 가장 작게 반등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5, 6일 이틀간 각각 2.56%, 1.51% 내려 전체 시가총액의 4%가량이 사라졌다. 벤처기업이 주로 상장한 코스닥시장도 이 기간 10% 넘게 떨어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어수선한 영국, 반(反)중국 시위대가 도로를 점령한 홍콩, 정·재계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말레이시아 등보다 지수 낙폭이 컸다. “한국은 예기치 못한 피해자”(월스트리트저널), “한국이 올해 최악의 증시가 됐다”(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수출중심' 한국경제 큰 타격
달러·위안화 변동성에 취약
코스피 올 수익률 마이너스 6%
올해를 통틀어도 한국 증시는 꼴찌다. 주요 지수의 올해 상승률(연초 대비 지난 6일 종가 기준)을 보면 한국 코스피지수가 -6.05%로 세계에서 가장 나쁜 성적을 나타냈다. 이어 말레이시아 KLCI지수의 하락폭(-4.66%)이 컸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는 11.58% 상승했다. 영국 FTSE100(9.67%), 프랑스 CAC40(10.65%), 독일 DAX30(9.56%) 등도 10% 안팎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 증시만 왜 이럴까. 한국 증시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1조7718억달러(2017년 말 기준)로 세계 13위다. 물론 미국 뉴욕(22조814억달러), 일본 도쿄(6조2228억달러), 중국 상하이(5조896억달러), 영국 런던(4조4554억달러) 등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세계 순위인 12위에 걸맞은 규모다. 한국은 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82.4%다. 한국의 산업 구조는 내수가 아니라 수출 중심이라는 얘기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세계 경제 위축과 환율 변동성 확대가 한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한국 금융시장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처지다. WSJ는 최근 사설에서 “한국은 중국과 광범위하게 교역하는 신흥 ‘위안화 블록’인 동시에 비금융회사의 달러 부채만 GDP의 16%에 달하는 ‘달러 블록’ 국가”라고 했다.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한·미·중 금융시장 간 동조화 및 전이효과 분석’도 비슷한 결론이다.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동조화가 강했던 한국 금융시장은 최근 들어서는 중국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 원화와 위안화 환율의 상관관계는 2017년부터 점차 높아져 작년 11월 ‘매우 관계가 깊다’로 해석할 수 있는 0.9 이상을 기록했다. 다만 코스피지수는 여전히 중국보다는 미국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對)중국 수출은 24.3%, 대미국 수출은 13.6%를 차지했다. 양국이 서로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다투면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미·중 무역전쟁 확전’ 보고서에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 관세로 한국의 총수출이 0.14%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와중에 한국이 주요 부품과 소재를 수입하는 일본까지 경제 보복을 하니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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