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등급제 20년…한우 경쟁력 강화·마블링 집착 부작용도

12월 새 쇠고기 등급기준 시행…마블링 적어도 최상등급 '1++' 받을수 있어
축산물 수입 자유화에 대응해 한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쇠고기 등급제도가 본격 시행된 지 20년을 맞았다.쇠고기 등급제 시행으로 한우 등급 간 가격 차별화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통한 한우 품질 향상으로 마리당 축산농가 소득도 3배가량 늘어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20년간 유지된 근내 지방도(마블링) 위주의 쇠고기 등급제도 때문에 한우 가격이 치솟으면서 결국 올해 말 등급제도가 개편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13일 등급제가 품질에 따른 가격 차별화를 촉진함으로써 한우 종축개량과 사육기술 개선을 견인해 한우 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쇠고기 등급제도는 1993년 한우에 대해 1·2·3등급을 처음 도입한 후 1997년 1+등급, 2004년 1++등급을 추가해 5개 등급으로 구분돼 있다.

이 제도의 본격 시행 시점을 1998년으로 잡았을 때 지난 20년간 한우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격은 ㎏당 1998년 7천49원에서 2018년 1만7천772원으로 152% 증가했다.

특히 최상위등급과 2등급 간의 경락가격 차이는 이 기간 ㎏당 746원에서 5천545원으로 643% 증가해 품질에 따른 가격 차별화가 안착했다.쇠고기 유통시장에서 등급 간 가격 차가 커지면서 생산 단계에도 변화가 왔다.

특히 고급육 생산을 위한 종축 개량과 사육 기술 향상의 성과가 뒤따랐다.

도축 후 가죽, 내장, 머리 등을 제외한 한우 평균 도체 중량은 1998년 288㎏에서 2018년 403㎏으로 115㎏(40%), 최고급 부위인 등심 단면적도 같은 기간 70㎠에서 89㎠로 19㎠(27%) 각각 증가했다.전체 출하 두수 중 1등급 이상 출현율도 15.4%에서 72.9%로 57.5% 포인트 늘었다.

평균 도체중 등 품질 등급의 꾸준한 향상은 축산농가 소득증대에도 기여했다.

한우 거세우 마리당 조수입은 1998년 249만원에서 2018년 823만원으로 231% 증가했고, 마리당 조수입에서 경영비를 제외한 소득도 32만1천원에서 122만2천원으로 281% 증가했다.

한우농가 평균 사육 규모도 가구당 5.6마리에서 32.2마리로 크게 늘어 전업화한 축산농가의 소득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쇠고기 등급제도는 소비단계에서도 적정한 거래지표를 제시하고, 식육에 대한 세분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데도 도움을 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쇠고기 등급제 정착은 유통체계를 투명화하고, 다양한 구매지표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들의 알 권리 충족과 국내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성 향상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마블링 위주의 기준에 따라 20년 동안 유지된 쇠고기 등급제도는 한우 가격 상승의 주범일 뿐 아니라 과도한 육류 지방 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가들은 고기 지방 함량을 높이기 위해 소를 살찌우고자 곡물 사료를 더 많이 먹이고, 이로 인해 생산비도 덩달아 올라갔다.

최근 들어서는 기름진 부위보다 마블링이 없는 고기를 선호하는 등 소비자 입맛도 다양해지면서 결국 올해 12월부터 새 등급제도가 시행된다.

새 기준은 쇠고기 마블링 기준을 일부 낮춰 소비자 기호 변화를 반영하고 출하 월령 단축 등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두었다.

현재는 지방함량 17% 이상이어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15.6%만 넘어도 1++등급이 가능하다.1+등급 기준도 현재 지방함량 13% 이상에서 12.3% 이상으로 하향 조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