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한일 정상 억양 흉내에 아시아계 분노…재선 영향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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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보도…"급증하는 아시아계 유권자, 민주당 지지 높아지는 추세"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근무하는 한국계 미국인 어맨다 버그는 최근 한 뉴스를 보고 어린 시절의 쓰라린 기억이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뉴욕에서 열린 대선자금 모금행사에서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억양을 흉내 내고, 관세 논의와 관련해선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본식 발음을 따라 했다는 미 일간 뉴욕포스트 보도였다.
이 기사를 읽자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이 자신에게 아시아인의 신체적 특징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인 '눈 찢기' 동작을 하고, 억양을 흉내 내며 놀렸던 장면이 떠오른 것이다.
콜로라도 포트콜린스에서 자라난 버그는 그런 일을 당할 때면 마치 이방인이 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원래 그런(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성향인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며 "공개적으로, 더욱 차별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허용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여겨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인 흉내'는 민주당원인 버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인종차별적 발언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선거 유세 도중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의원 4명을 가리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막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쩍 잦아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이 점점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점차 세를 불리며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인 투표 연령 인구는 배 이상 불어났다.
미 연방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1998년 430만명이던 아시아계 유권자 수는 2018년 1천11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중 다수는 민주당 성향을 보인다.
과거 공화당 성향을 가졌던 아시아계 일부도 2016년께 민주당으로 돌아섰다고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내털리 마쓰오카 교수는 분석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중 2008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지지한 비율보다 2016년 대선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비율이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비영리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에서도 1998년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53%만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2017년에는 민주당 지지 비율이 65%로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마쓰오카 교수는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라틴계 이민자들과 더불어 선거 후보들에게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네바다나 버지니아처럼 어느 후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합주'(swing state)에서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이 캐스팅보트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쓰오카 교수는 여전히 일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이념적·종교적 이유로 공화당에 지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그냥 없던 일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적인 연설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아시아식 억양을 쓰기를 꺼리지 않는다"며 "그런 점에서 미국인들이 인종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노골적이고 때론 공격적이었던 민권운동 이전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아시아인을 따라 한 적이 있다고 AP는 전했다.
그는 2015년 8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유세차 아이오와주에 방문해 아시아 협상가들을 흉내 내며 "우리 거래 원한다!(We want deal!)"라며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broken English) 문장을 사용했다.
아시아계 권익보호단체인 '아시아 아메리칸 법률보호 교육기금'(AADELF) 대표 마거릿 펑은 "과거에는 우리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해) 불쾌하게 느꼈을 때 사과를 요구하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한테는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 관계자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그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다. 재선 캠프의 케일리 매커너니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는 가장 강력해졌다"며 "수백만 명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현대 들어 가장 번영한 경제를 누리게 됐으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실업률도 트럼프 행정부 들어 역대 최저로 내려갔다"고 자평했다.
/연합뉴스
이 기사를 읽자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이 자신에게 아시아인의 신체적 특징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인 '눈 찢기' 동작을 하고, 억양을 흉내 내며 놀렸던 장면이 떠오른 것이다.
콜로라도 포트콜린스에서 자라난 버그는 그런 일을 당할 때면 마치 이방인이 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원래 그런(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성향인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며 "공개적으로, 더욱 차별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허용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여겨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인 흉내'는 민주당원인 버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인종차별적 발언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선거 유세 도중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의원 4명을 가리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막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쩍 잦아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이 점점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점차 세를 불리며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인 투표 연령 인구는 배 이상 불어났다.
미 연방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1998년 430만명이던 아시아계 유권자 수는 2018년 1천11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중 다수는 민주당 성향을 보인다.
과거 공화당 성향을 가졌던 아시아계 일부도 2016년께 민주당으로 돌아섰다고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내털리 마쓰오카 교수는 분석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중 2008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지지한 비율보다 2016년 대선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 비율이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비영리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에서도 1998년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53%만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2017년에는 민주당 지지 비율이 65%로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마쓰오카 교수는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라틴계 이민자들과 더불어 선거 후보들에게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네바다나 버지니아처럼 어느 후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합주'(swing state)에서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이 캐스팅보트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쓰오카 교수는 여전히 일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이념적·종교적 이유로 공화당에 지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그냥 없던 일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적인 연설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아시아식 억양을 쓰기를 꺼리지 않는다"며 "그런 점에서 미국인들이 인종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노골적이고 때론 공격적이었던 민권운동 이전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아시아인을 따라 한 적이 있다고 AP는 전했다.
그는 2015년 8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유세차 아이오와주에 방문해 아시아 협상가들을 흉내 내며 "우리 거래 원한다!(We want deal!)"라며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broken English) 문장을 사용했다.
아시아계 권익보호단체인 '아시아 아메리칸 법률보호 교육기금'(AADELF) 대표 마거릿 펑은 "과거에는 우리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해) 불쾌하게 느꼈을 때 사과를 요구하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한테는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 관계자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그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다. 재선 캠프의 케일리 매커너니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는 가장 강력해졌다"며 "수백만 명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현대 들어 가장 번영한 경제를 누리게 됐으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실업률도 트럼프 행정부 들어 역대 최저로 내려갔다"고 자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