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독감백신 '겨울 채비' 완료…"세포배양으로 변이 잡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백신공장 현장 방문
9월부터 전국 병·의원에 500만도즈 독감백신 공급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생산 공장은 언제나 계절을 앞서간다. 8월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가을·겨울에 공급할 독감 백신 생산을 마치고 겨울 채비를 끝냈다.

여름 내내 겨울을 준비하며 분주하게 돌아갔던 독감 백신 라인은 당분간 휴지기에 들어간다.

여름이 다 지나고 나야 '여름'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곳이 바로 독감 백신 공장이다. 28일 오후 찾은 SK바이오사이언스 경북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는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포장 및 검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무진복과 무진화, 무진모를 각각 두 겹이나 입고 들어선 이곳에서는 문을 통과할 때마다 공기차단시스템(에어락)이 켜졌고, 문이 열릴 때마다 경고음이 울렸다.

외부 공기가 정화되기 전까지는 그다음 복도로 진입하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외부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포장 및 검수 작업에서 사전충전형 주사기에 담긴 백신은 자동 이물 검사기를 통해 이물질 유입 여부를 확인한다.

이렇게 걸러진 제품은 다시 사람이 수작업으로 실제 이물질인지 주사액에서 떠오른 거품인지를 보는 검수를 거친다.
이곳에서 만난 김훈 SK바이오사이언스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아주 사소한 불량만 있어도 큰일이 난다"며 "백신 같은 바이오의약품은 비용보다 '퀄리티'를 우선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작업을 마친 독감 백신은 온도 2~8℃로 유지되는 층고 19m의 거대한 창고에 보관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출하승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신, 혈액제제 등과 같이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제품은 허가를 받았더라도 유통 전 품질을 확인하는 일종의 국가검정인 국가출하승인을 통과해야 시판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을 거쳐 내달부터 전국 병·의원에 약 500만도즈(1도즈=1회 접종량)의 독감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유정란이 아닌 세포배양 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한다.

대부분 백신이 닭의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한 후 이를 다시 분리해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백신 공장이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달걀을 일렬로 세워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장면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대신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의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증식해 백신을 만든다.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이슈에서 자유로운 데다 유정란 방식의 백신과 비교해 생산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세포배양 백신의 경우 생산 준비부터 실제 제품화까지 약 3개월, 유정란 방식은 통상 약 5개월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바이러스 배양과정에서 변이가 일어날 우려도 낮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2월 그해 가을과 겨울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상해 발표한다.

제약사는 WHO 정보를 바탕으로 백신을 생산하는데, 발표 시기와 실제 접종이 시작되는 시기인 9월 사이에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하면 백신의 효과가 일부 떨어질 수 있다.

A형 H3N2 독감 바이러스 표면에 위치한 단백질이 유정란 배양 과정에서 잦은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김 CTO는 "엄밀히 조류인 유정란보다는 사람과 같은 포유류 세포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배양할 때 변이될 가능성이 더 낮다"며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이 작아지면 더 높은 예방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2017~2018 독감 백신의 상대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은 유정란 4가 독감백신보다 약 11% 높은 예방효과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2월 실제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 중 하나인 A형 H3N2와 배양된 백신 바이러스를 비교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세포배양 바이러스는 91%, 유정란 배양 바이러스는 44%의 일치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높다는 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공장을 준공할 때부터 세포배양 방식 생산을 준비했다.

이와 함께 배양기 벽면에 붙어 증식하던 세포를 물 위에 떠 있는 상태에서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배양기에는 1회용 무균백을 사용하는 싱글유즈시스템을 도입했다.

배양기를 세척·멸균할 필요 없이 1회용 백만 교체하면 돼 생산 효율이 크게 올라간다. 이상균 안동공장장은 "국내 유일한 세포배양 독감 백신의 특장점을 앞세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높여갈 것"이라며 "본격적인 독감 예방접종 시즌을 앞두고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모든 채비를 마쳤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