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 앞인데…' 빗속 태풍 피해복구 작업에 온 힘

벼 세우기·낙과 수거 등 한창…제주는 집중호우 탓 사고 우려에 복구 지연
지자체 각종 대책 마련 부심…중앙정부 지원도 건의
제13호 태풍 '링링'이 휩쓸고 지나간 사흘째인 9일 지자체와 관계 기관의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쓰러진 벼를 세우고 떨어진 과일을 수거하는 등 일손돕기에 나섰지만, 많은 비가 내린 제주는 안전사고 우려로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태풍 '링링'에 따른 사상자는 전날 오후 7시 기준 27명이다.

사망자 3명, 부상자는 일반인 13명과 안전조치 중 다친 소방공무원과 경찰관 등 11명으로 집계됐다. 농작물 피해는 1만7천707㏊에 달했다.
벼가 넘어진 피해가 9천875㏊로 가장 많았고 수확을 앞둔 배와 사과 등 과수 낙과가 4천60㏊로 집계됐다.

다음으로 밭작물 침수 1천743㏊, 채소류 침수 1천661㏊, 기타 368㏊ 등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농작물 피해를 보면 전남이 6천45㏊로 태풍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이어 제주가 3천480㏊로 두 번째로 피해 면적이 컸다.

이어 충남 2천711㏊, 경기 2천127㏊, 전북 1천696㏊, 강원 1천36㏊, 충북 294㏊, 인천 153㏊, 경남 118㏊ 순이다. 시설물 피해는 비닐하우스 200.9㏊, 인삼 시설 48.2㏊, 축산 등 기타 0.5㏊를 포함해 249.6㏊가 신고됐다.

제주에서는 넙치 2만2천마리와 돼지 500마리, 진도에서는 광어 1만5천마리가 폐사하는 등 수산·축산물 피해도 잇따랐다.

학교시설과 문화재 등 파손, 가로수 쓰러짐, 전신주·가로등 전국의 민간·공공시설 3천653곳에서도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이번 태풍으로 가장 많은 농작물 피해를 본 전남도는 추석 전 농작물 피해 복구와 해양쓰레기 수거를 마무리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벼 논 물빼기와 벼 세우기 작업을 지원하는 한편 낙과 피해를 본 과수농가를 위한 인력 지원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양식시설은 피해 규모 파악을 위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복구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전남도는 양식 생물피해의 경우 태풍으로 인한 생리기능 저하로 피해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으로 파손된 도로시설 6곳 중 진도군 의신면 해안도로 23m에 대한 응급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며, 방파제·석축·가드레일 등이 유실된 장흥 회진 신상항과 해남 화산 구성항도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신안 가거도항은 방파제 옹벽이 무너지고 선박 접안 시설이 부서져 현재까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상태이다.

충남도도 실·국별로 농가 일손 돕기를 추진하며 도가 지원하는 직거래장터나 충남 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 '농사랑' 등에서 낙과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한 특판 행사를 연다.

이번 태풍으로 나무가 뽑히거나 부러지는 등 피해를 본 보령 외연도 상록수림과 태안 안면도 모감주나무군락지 등 문화재에 대해서도 조사 후 사업비를 지원한다.

도는 중앙정부에 농작물 재해보험의 농가 자부담을 줄이고, 손해사정 시 낙과뿐만 아니라 강풍에 부딪혀 상처 난 흠과까지 피해 현황에 포함하도록 건의할 방침이다.

경기도도 넘어진 가로등과 전신주를 바로 세우고, 훼손된 중앙분리대와 교량 난간 등을 복구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보험 가입 농가의 경우 이달 10일까지 서둘러 피해 신고를 하면 추석 전까지 조사를 마무리해 신속하게 보상금 50%를 선지급할 방침이다.

농작물과 시설 피해 등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경남도는 강풍으로 파손된 문화재 복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경북도와 전북도 등 지자체들도 각 시·군과 함께 쓰러진 벼를 세우고 떨어진 과일을 수거하는 데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는 집중호우로 복구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태풍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제주 서남부에는 현재 낙뢰를 동반한 시간당 10∼30㎜의 비가 계속 퍼붓고 있다.

이날 오후 1시까지 제주 서남부 지역인 서귀포시 대정읍 137㎜, 가파도 92㎜, 안덕면 서광 89㎜, 중문동 64㎜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도와 해병대 9여단은 호우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에 복구작업 지원 인력을 대폭 줄였다.

이 때문에 서귀포시 서호동 시설하우스 복구작업이 늦어지면서 한라봉과 천혜향 등이 그대로 외부로 드러나 있는 상태다.

농가에선 시설하우스 복구가 늦어질 경우 한라봉과 천혜향 등의 품질이 나빠져 수확이 어려워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날 예정됐던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 해안에서의 환경정화 활동도 연기됐다.

집중호우로 태풍 피해를 본 제주지역 일부 학교시설물, 강정항 무빙워크 등의 공공시설물과 파손 주택, 시설하우스 등도 아직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고성식 김경태 박주영 여운창 이태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