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변협, 보우소나루 대통령 유엔에 고발…"군사독재 옹호"

인권단체도 가세…"유엔이 보우소나루 정부 행태 감시 강화해야"

브라질 변호사협회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유엔에 고발했다. 1964년 일어난 군사 쿠데타와 군사독재정권을 옹호하고 군사정권 시절 인권탄압 실태를 조사하는 정의·기억·진실위원회를 해체하는 등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브라질 변협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유엔이 보우소나루 정부의 행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브라질 인권단체인 '블라디미르 헤르조그 연구소'도 보우소나루 대통령 고발에 동참했다. 이 연구소는 군사독재정권 시절(1964∼1985년)인 1975년 정보요원들에 의해 피살된 언론인 블라디미르 헤르조그를 추모하기 위해 2009년 설립됐다.

변협의 고발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브라질 정부가 1964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앞서 칠레 대통령을 지낸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지난 4일 브라질에서 경찰 폭력이 증가하고 군사독재에 면죄부를 주는가 하면 인권운동가들이 위협받는 등 민주주의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973년 (군사 쿠데타로) 좌파를 물리치지 않았다면 칠레는 지금 쿠바가 돼 있을 것"이라며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옹호했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바첼레트 최고대표의 부친도 당시 좌파 인사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공군 장성이던 바첼레트 최고대표의 부친 알베르토 바첼레트는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정권 전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고문을 당하다 1974년 50세 나이로 옥사했다. 바첼레트 최고대표 역시 1975년 피노체트 정권 요원들에게 체포돼 고문을 당한 피해자다.

이에 대해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바첼레트 최고대표와 특히 부친의 죽음과 같은 고통스러운 일에 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을 결코 공유할 수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1964년 3월 3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당시 대통령은 유혈 충돌을 우려해 인접국 우루과이로 망명했다.

군사정권은 1985년까지 21년간 계속됐으며, 이 기간에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체포·구금되거나 사망·실종되고 일부는 외국으로 추방당했다.

2012년 설치된 과거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가진실위원회는 2014년 말 활동을 마감하면서 군사정권 시절 인권 범죄가 조직적으로 자행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진실위는 인권 범죄 희생자 434명과 인권 범죄에 연루된 377명의 명단을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인권단체와 법조계에서 연루자 처벌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