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캐머런 회고록…"존슨, 고브 경선 출마에 '미쳤다' 말해"

"브렉시트 투표 후 융커·오바마와의 통화에서 미안함 전해"
"총리직 사임이 영-EU 긴밀한 관계 유지 이끌 것으로 믿어" 보리스 존슨 현 영국 총리가 2016년 보수당 당대표 및 총리 경선에서 자신을 배신한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에 대해 "약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고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혔다.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당시 존슨 전 런던시장은 EU 탈퇴 캠페인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고브 당시 법무장관은 존슨 전 시장의 최측근이었다.

캐머런 총리의 사임으로 존슨 전 시장이 총리가 되면 고브 장관은 내각 2인자인 재무장관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고브 장관이 당시 보수당 당대표 경선 후보 등록 마감 몇 시간을 앞두고 독자적인 출마를 선언하면서 존슨 전 시장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테리사 메이 당시 내무장관이 캐머런 총리의 뒤를 이어 보수당 대표 및 총리에 선출됐다.

16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는 캐머런 전 총리가 곧 발간할 회고록 '기록을 위해서'(For The Record)에서 존슨 전 시장이 2016년 보수당 당대표 경선과 관련해 고브 장관의 정신 건강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탈퇴가 결정되자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캐머런 전 총리는 존슨 전 시장이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 동문이자 친구인 그에게 "친구야, 넌 나랑 함께 했었어야 돼"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존슨 전 시장은 답장에서 "맙소사(blimey), 그(고브 장관)는 약간 미쳤거나 그런 것 아냐(a bit cracked or something)?"라며 "사람들이 나를 마치 '왕따'(leper)처럼 여기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아울러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뒤 EU 탈퇴 캠페인을 이끈 고브 장관에게 축하 인사차 전화했을 때 고브 장관이 다른 누구보다도 (국민투표 결과에)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캐머런 전 총리의 회고록 내용이 존슨 현 총리와 그가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준비 총괄이라는 중책을 맡긴 고브 현 국무조정실장과의 관계를 시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캐머런 전 총리의 이같은 회고록 내용에 대해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고, 스티븐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은 캐머런 전 총리의 책을 팔기 위한 행위라고 평가절하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뒤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를 벗어나 가장 먼저 버킹엄궁으로 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났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캐머런 전 총리는 여왕과 국민투표 결과를 논의하는 한편, 나라를 위해 자신이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캐머런은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에게도 전화를 걸었으며, 그녀가 매우 품위 있는 사람이지만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이용할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영국을 EU 내에 머물도록 할 계획이 있었고 이를 실행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소개했다.

캐머런은 이들에게 영국과 유럽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일을 다 할 것이며, 자신의 사임이 이를 도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밝혔다.

캐머런은 자신의 뒤를 이를 보수당 당대표 경선에서 테리사 메이 당시 내무장관이 출마할 것이며, 그녀가 좋은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자신이 중립적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개빈 윌리엄슨 의원에게 그녀를 도울 것을 당부했고, 이어 윌리엄슨 의원이 메이 캠프에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