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1년] 北, 미국과 먼저 대화하며 안보우려 해소 집중

올해 10차례 단거리 시험사격…"비핵화 이후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 필요"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남북 대화와 협력을 뒤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준비하는 한편, 남한과 대화는 거부한 채 비핵화 이후에도 안보를 책임질 재래식 무기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대남 비난 메시지를 쏟아내면서도 미국과는 대화판을 깨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게 역력하다.

심지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한미군사연습 기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양국 정상의 친서 교환이 이뤄지고, 북한 매체도 두 정상의 친분을 강조하며 '톱다운' 대화 동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트위터 제안에 김 위원장이 즉각 호응하면서 32시간 만에 이뤄진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도 북한의 미국과 대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다.

최근에는 대미외교 '투톱'인 리용호 외무상(8월 23일)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8월 31일) 담화에서 미국을 비난하긴 했지만, 이는 조만간 재개될 실무협상 의제를 선점하기 위한 압박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남한을 향한 태도는 과거 '통미봉남'으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차가워졌다. 급기야 지난달 16일에는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망발'이라고 비난하며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

이런 태도에는 결국 미국과 담판을 지어야만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 보장과 제재 해제를 얻을 수 있으며, 그전까지는 남한과 마주해야 얻을 게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우선하면서 공교롭게도 재선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모두 자신의 공으로 돌리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발을 맞추는 형국이다.
북한은 남한과 벽을 쌓으면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 남측을 위협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사정거리에 두지 않는 단거리 발사체를 사실상 묵인하는 가운데 북한은 올해 이미 10차례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사격을 했다.

모두 고체연료와 이동식 발사차량(TEL) 등을 기반으로 기동성과 은밀성을 대폭 강화한 신형무기로 추정된다.

비핵화 협상에 따른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북한 군부를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협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군사력을 재래식 무기로 보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핵화 합의로 핵무기 위협이 사라지더라도 남북이 대규모 재래식 병력을 유지하고 전쟁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반도는 계속 '동북아의 화약고'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북은 평양공동선언에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명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후속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비핵화 이후에도 군사 분야 합의서 이행 등을 통한 남북 간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확장해 군비 감축 등의 노력으로 이어가야만 하는 이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무기 개발은 북한 군부의 반발을 불식하는 측면이 있고,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는 시험사격을 하지 않는 등 군사 분야 합의서 이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이후 남북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군사 분야 합의 이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