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프랑스 정상, EU 난민 자동 배분 시스템 도입 합의

伊 새정부 제안에 佛 화답…난민이슈 둘러싼 양국 갈등 봉합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을 유럽연합(EU) 역내 회원국에 자동 배분하는 새로운 난민 시스템 도입에 공감대를 이뤘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18일(현지시간) 밤 로마시 내 총리 집무실이 있는 키지 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난민 이슈에서 두 나라가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콘테 총리는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등으로 유입되는 난민의 EU 역내 자동 배분 시스템안에 대해 프랑스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도 "난민 자동 분배 메커니즘은 난민 수용을 위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제안한 이 시스템은 EU 역내에 난민이 들어올 경우 회원국 사이에 자동으로 회의가 소집돼 분산 수용을 논의하는 제도다.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회원국에는 벌금 등 재정적 패널티도 부여된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 간 새 연립정부는 이탈리아만 난민 수용 부담을 오롯이 짊어질 순 없다며 EU 차원의 난민 배분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는 한 난민을 무작정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해왔다. 이탈리아와 지중해 섬나라 몰타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 보트가 주요 기착지로 삼는 국가다.

국제구호단체 역시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을 통상 이탈리아나 몰타에 하선시키려 해 갈등 요인이 됐다.
프랑스 외에 독일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당장 EU 회원국 내무장관들은 오는 23일 몰타에 모여 난민 이슈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난민 자동 배분 시스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성운동-민주당 연정 출범 이후 이탈리아를 찾은 첫 외국 정상이다.

사전에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이번 '깜짝 방문'은 지난 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은 이탈리아와의 관계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읽힌다.

전통적 우방인 두 나라는 그동안 난민 이슈 등에서 수시로 의견이 충돌하며 관계가 극도로 경색됐다.

프랑스의 구호단체가 끊임없이 아프리카 난민을 이탈리아로 실어나르는 상황을 프랑스 정부가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게 이탈리아 전 정부의 불만이었다.

특히 지난 연정의 한 축이었던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당시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난민 문제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거만하다", "위선적이다" 등의 표현을 동원해 거칠게 비난해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한편, 새 정부 출범으로 내각에서 쫓겨난 살비니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콘테가 마크롱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며 정상회담 결과를 평가절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