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항소심 '삼성 추가 뇌물' 증거 미국 로펌에 직접 확인키로(종합)

인보이스 사본 사실조회…항소심 진행 더 늦춰질 듯
검찰 "다른 증거로 인정된 사실…시간끌기 의심", 법원 "질의내용 한정"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추가 삼성 뇌물' 혐의와 관련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따져보기 위해 항소심 재판부가 국제사법공조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3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을 열고 "검찰이 제출한 인보이스 사본의 증거능력 인정을 위해 미국의 법률회사 '에이킨 검프(Akin Gump)'에 대한 사실조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 측이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 가운데 정당한 질의 사항으로 판단되는 부분을 포함해 10월 초까지 검찰에 사실조회 할 사항의 최종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전 대통령의 추가 뇌물 수수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넘겨받은 뒤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소장에 추가했다. 삼성이 미국 법인계좌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로펌 에이킨 검프로부터 430만 달러(약 51억6천만원)가 송금된 사실을 확인해 이를 이 전 대통령의 뇌물에 추가한 것이다.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받은 뇌물 혐의액은 기존의 67억7천만원에서 119억원으로 늘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추가된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권익위에서 이첩된 송금액 인보이스는 출처가 불명확한 사본이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 왔다. 이에 재판부는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해당 인보이스의 증거능력을 검증하기로 한 것이다.

재판부 결정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진행은 더 늦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은 애초 지난 6월 심리를 마무리하고 선고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뇌물 혐의가 추가되면서 심리가 재개된 상태다. 이날 검찰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 진술 청취를 요청한 형사사법 공조 현황을 확인해보니 회신되지 않은 사건을 제외하고 7개월 이상 걸린다"며 재판이 늦춰질 것을 우려했다.

아울러 "인보이스의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 미국 법인의 증빙자료를 통해 사실로 인정된다"며 굳이 사실조회를 진행하는 것은 이 전 대통령 측의 '시간 끌기'로 의심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검찰은 또 한·미 형사사법공조 조항을 보면 변호인 개인의 청구는 법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사실조회 신청 내용에 변호인의 요구가 반영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자택에 칩거한 상태로 6개월간 지낸 피고인과 변호인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뇌물액이 100억원이 넘는 만큼 정확한 실체 파악을 위해 사실조회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에이킨 검프가 보유한 자료로 한정해 조회사항을 정리해 달라"며 "답변이 어렵거나 답변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건 안 된다"고 정리했다. 이어 "(인보이스 사본의 증거능력을 확인하는 절차가)핵심적이고 중요한 문제"라며 이 절차를 진행한 뒤 다음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