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보다 먼저 문제를 찾아라"…美, 항공기 사이버안보 조사 강화

항공기 관련 테러 대비해 해킹 취약성 등 차단 나서

미국 정부는 항공기가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항공기의 해킹 취약성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나섰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은 국토안보부가 주도하고 미 국방부와 교통부 등이 관여한다.

국토안보부 관리들은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으나 일부 테스트에서는 실제 항공기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정부가 이런 조치에 나서게 된 것은 항공기가 테러범들의 주요 타깃이 될 수 있고, 사이버 공격이 항공기와 승객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몇 년 새 에너지 망과 선거 시스템처럼 인터넷으로 연결된 항공 분야를 방해하려는 시도가 포착되면서 마련됐다.

미국 정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해커들이 신·구형 항공기의 전자 시스템 취약성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미국 정부의 노력과 별도로 미 공군도 민간항공에서 사용되는 시스템 안전을 검사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민간항공 시스템 가운데 많은 것들이 군사용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미 공군부 윌 로퍼 무기획득·기술·보급 차관보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먼저 정밀조사하지 않으면, 적들이 (이를 이용하기 위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항공 관련 사이버 공격은 항공기 자체보다도 항공 분야 IT시스템의 약점을 겨냥해왔다. 사이버안보 관련 비영리기구인 항공정보공유분석센터의 제프리 트로이 소장은 "항공 분야에서는 항공기뿐만 아니라 많은 위험요소가 있다"면서 "전체 항공 시스템을 살펴보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을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의 핵심 포인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잉 747을 개조한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비롯해 5천300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는 미 공군은 그동안 내부팀을 가동해 자체 항공 시스템을 정밀히 조사하고 적군이 악용할 수 있는 잠재적 취약요소를 찾아왔다.

그러나 미 공군은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해킹회의인 '데프콘'에 28명을 파견해 연구자들이 항공 시스템의 취약점을 발견하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했다. 스테판 세비지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컴퓨터공학)는 "항공기 제조업체는 안전 문제에 대해 실토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항공 사이버안전에 대해 정밀히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