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황태자' 남태희…벤투의 기대치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부상 털고 성공적 복귀전…벤투 "정말 많은 것을 가져다줄 선수"
안방에서 '골 폭풍'으로 스리랑카를 대파하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 2연승을 달린 벤투호에는 많은 수확이 남았다. 4골을 넣은 김신욱(상하이 선화)과 2골을 넣은 손흥민(토트넘) 등 공격진이 잇달아 폭발하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렸고,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이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차세대 스타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을 미소 짓게 하는 또 하나의 소득은 '원조 황태자' 남태희(알사드)가 건강하게 다시 그라운드에 선 것이다.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털어낸 남태희는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와의 월드컵 2차 예선 2차전에서 11개월 만에 A매치 복귀전을 치렀다. 남태희는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처음으로 잡은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득점포를 가동, 주전 미드필더로 명함을 내밀었다.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도 결승 골을 터뜨리는 등 벤투 감독의 굳건한 신임 속에 '황태자'로 입지를 굳혀갔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득점한 뒤 후반 경기 도중 갑자기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더 뛰지 못했고, 전방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 장기 공백을 겪었다.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도 가지 못했다.

부상 회복 이후 9월 A매치를 앞두고 대표팀 재입성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갑작스럽게 왼쪽 다리 근육을 다쳐 복귀가 미뤄지기도 했다.

이달엔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자 벤투 감독은 지체 없이 그를 다시 불렀다. "아시안컵에 함께하지 못한 게 아직도 아쉽다"며 건강한 모습의 남태희가 보여줄 기량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고, 스리랑카전 선발로 내세웠다.

이강인과 함께 2선 공격을 조율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남태희는 8-0 대승에 힘을 보태며 부활을 알렸다.

정확한 패스로 후반 9분 김신욱(상하이 선화)의 골을 어시스트하고, 이강인과도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성공적인 귀환이었지만, 벤투 감독은 그 이상을 원한다.

더 정확히는 '처음 만났을 때, 부상 전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남태희는 장점이 뚜렷하고, 기술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선수다.

장기 부상에서 회복했고 아직 소속팀에서 시즌을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되다 보니 처음 만났을 때와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남태희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가져다줄 선수라는 점"이라며 믿음은 여전히 단단하다.

월드컵 예선을 포함해 대표팀에 꾸준히 부름을 받으며 A매치 45경기에 출전했으나 월드컵 본선 무대까진 늘 한 발이 모자랐던 그는 "꼭 한번 나가고 싶다"며 '꿈의 무대'를 향한 의욕을 숨기지 않는다. 현재 몸 상태를 '부상 전과 비교해 85%' 정도라고 표현한 남태희가 남은 15%를 어떻게 채워가며 카타르를 향한 길을 열어갈지 궁금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