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권상우, 지질한 남편에 팬티쇼까지…"다 내려 놓았죠"

영화 '두번할까요' 현우 역 권상우
'두번할까요' 권상우/사진=리틀빅픽쳐스
이보다 더 망가질 수 있을까.

원조 한류스타. 꽃미남. 몸짱…배우 권상우의 수식어였다. 몸매와 피부 관리를 위해 술자리도 피하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던 권상우였다. 영화 '두번할까요' 속 권상우도 세월을 비껴간 탄탄한 복근과 외모를 자랑한다. 그런데도 지질한 남편부터 허세 넘치는 회사원, 팬티쇼까지 연출하며 여과 없이 망가진다. 작품을 마친 권상우는 "작품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말로 그동안의 시간을 전했다.
/사진=영화 '두번할까요' 영화 스틸
'두번할까요'는 이혼 부부의 재혼기를 그린 영화다. 시끌벅적한 이혼식을 하면서 헤어진 부부가 서로의 빈자리를 의식하는 과정을 그렸다.

권상우가 연기한 현우는 다정하고 살림도 잘하던 남편이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내 선영(이정현)에게 질려 황당한 이혼식까지 들어주며 홀로서기에 나선 캐릭터다. 영화 '탐정'을 통해 특유의 유머와 위트를 인정받았던 권상우는 '두번할까요'에서도 자연스러운 코미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두번할까요' 권상우/사진=리틀빅픽쳐스
"저와 맞는 부분이 많았어요. 책을 보고 운전하면서 어떻게 연기를 할까 상상을 많이 해요. 상상 안에서 혼자서 영화를 찍는 거죠. 그때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면 결정을 하는 거거요. '두번할까요' 역시 그런 결정을 하는 데 무리가 없었어요. 로맨틱 코미디라 더 젊어진 듯한 느낌도 있고요."평소에도 툭툭 던지는 말 하나하나가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매력을 가진 권상우다. 여기에 최근엔 물오른 코믹 연기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코믹 연기 비법에 대해 권상우는 "내려놓으면 된다"며 "관객들도 아닌 척 하는건 지 아닌지 다 안다"며 나름의 연기 철학을 전했다.

현우를 연기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극 초반부 현우는 꿈꿔왔던 싱글라이프를 실현하며 광란의 팬티쇼를 선보인다. 영화에서는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하루 내내 찍으며 공을 들였다.
/사진=영화 '두번할까요' 영화 스틸
이종혁과 함께 찍은 사우나 장면에서 권상우는 그동안 열심히 관리했던 몸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런데도 권상우는 "이번엔 관리를 하나도 안한 것"이라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먹고 싶은 것도 다 먹고, 회식도 가고, 정말 편하게 촬영했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나뭇잎에 손을 닦는다거나 하는 건 제 실제 모습이기도 하고요. 설렁탕을 먹는 장면에서 선영에게 혼나는 건, 저 역시 와이프(손태영)에게 그럴 때가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찍으면서도 공감이 됐어요."
'두번할까요' 권상우/사진=리틀빅픽쳐스
'두번할까요'에서는 싱글 라이프 예찬론자로 등장했지만, 현실에서는 "싱글이 부러운 건 365일 중 10일 정도"라며 결혼 예찬론자의 모습을 보였다. 올해로 결혼 12년차인 권상우는 배우 손태영과 사이에서 1남1녀를 뒀다. '두번할까요'에서 호흡을 맞춘 이정현이 "정말 가정적"이라고 인정했을 정도로 촬영이 없을 때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들이 주는 행복이 커요. 아이들이 하는 아무것도 아닌 표정, 말투로도 부부가 하나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촬영을 마친 후 제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부분도 심리적인 안정을 주고요.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 모습은 없었겠죠. 많이 망가졌을 거 같아요."극중 현우를 연기하며 "너무 망가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도 권상우는 "다른 작품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면서 역할 그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러면서 "멋진 건 차기작에서 나온다"며 '두번할까요' 개봉 후 3주 만에 선보이게 될 차기작 '신의 한수-귀수편'를 깨알같이 홍보하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강렬한 액션, 애절한 멜로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갈증이 있던 차에 '귀수'를 만나게 됐어요. 난생처음으로 식이조절도 하면서 몸도 만들었어요. '두번할까요'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사진=영화 '두번할까요' 영화 스틸
권상우를 스타로 만들어 준 곳은 드라마였지만, 당분간 영화에 집중하며 필모그라피를 쌓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전까지 활동을 돌아봤을 때 만족스럽지 않다"며 자신에게 냉정한 평가를 했던 권상우는 "보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지난 1년 동안 3편의 작품을 찍었어요. 이전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저에게도 도전이죠. '두번할까요'는 그 3개 중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작품이예요. 입시 시험을 보는 것처럼 결과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돼요. 데뷔 때보다 더 긴장되는 것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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